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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제동 걸린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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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국내 최초로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 2007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현행 주택법의 리모델링 기준에 따라 가구별로 전용면적은 평균 30% 늘어났고 공용면적 등은 추가 증축됐다. 하지만 법령이 바뀌면 이같은 방식의 리모델링은 어려워질 것 같다. [쌍용건설 제공]

최근 법제처가 리모델링 증축 규모에 제동을 걸자 주택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법제처 해석의 밑바탕에는 전용면적 외에 공용면적도 마구 늘려줌으로써 용적률이 올라가 도시계획에 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구조 안전까지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87개 단지 5만5000가구가 추진하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이 전면 중단될 뿐 아니라 새로운 법령이 마련되면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을 기피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택법에 따라 리모델링해 입주한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 등도 거론된다.

◆전용면적 늘리기에 한계=건축설계업체인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가 법제처 해석대로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B아파트 전용면적 50㎡ 주택형과 85㎡형의 사용면적(계약면적)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용면적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용 50㎡형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리모델링을 하면 65㎡로 넓어진다. 복도식에서 계단식으로 바뀌고 40㎡ 크기의 지하주차장도 새로 생긴다. 전용면적은 30% 늘어나지만 발코니를 포함한 계약면적은 76㎡에서 154㎡로 늘어난다.

하지만 법제처 해석대로라면 내용이 확 바뀐다.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법정기준에 따라 계단, 엘리베이터 공간, 장애인용 및 비상용 승강기전실 등 필수공간만으로도 증축 총량인 15㎡(전용면적 50㎡의 30%)를 대부분 차지한다. 지하주차장은 물론 발코니 확장도 어렵다.

전용 85㎡형도 마찬가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10㎡로 늘어나고 지하주차장이 생기는 등 리모델링 효과가 제법 크다. 하지만 법제처 기준을 적용하면 지하주차장을 늘릴 수 없다는 전제로 전용면적은 95㎡로 10㎡정도 넓어질 뿐이다.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 이동훈 소장은 “건축비 1억8000만~2억원을 들여 주거공간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 리모델링을 누가 하겠느냐”고 말했다.


◆“리모델링 못하는 게 아니냐”=지금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전용면적을 30% 늘리고 나머지 공간은 건축비 등 여건을 고려해 제한 없이 증축하는 조건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2005년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으로 ‘사용검사일로부터 15년이 지난 아파트는 주거전용면적의 30% 이내로 증축할 수 있다’고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리모델링 사업에서 공용면적이나 발코니 등에 대한 증축 규정은 명확히 없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전용면적을 30% 넓히고 나머지 공간을 임의로 늘리는 리모델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쌍용예가클래식(옛 궁전)아파트나 방배동 래미안 에버뉴(옛 삼호)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법제처가 증축 제한이 명확하지 않았던 공용공간과 서비스공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혀 아파트 리모델링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서둘러 입장 정리해야”=국토부는 법제처의 이번 법령해석을 기준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법적 기준을 다시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법령을 마련하고 국회를 통과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린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박진열 사무관은 “법제처에서 리모델링 증축 범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린 만큼 관련 부서끼리 입장을 다시 정리할 것”이라며 “법제처 법령해석을 다시 검토해 최종적인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양영규 리모델링사업부장은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자원 낭비가 덜한 사업인데 지나치게 규제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서둘러 법안을 새로 마련해 혼선을 줄이고 거주공간을 늘릴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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