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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 판결 파문] 판결문 내용 vs 검찰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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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수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에서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태성 기자]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 5명에게 20일 내려진 무죄 판결의 중심 논리는 “일부 세세한 점에서 다소 과장은 있었지만 전체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고소인 측에선 보도 내용 전반을 PD수첩 제작진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인 것처럼 보도한 데 대해 문성관 판사는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수십 가지가 있고 미국에서 1997년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온 소들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허위 사실’이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인 아레사 빈슨이 숨진 이유에 대해서도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고 방송 당시까지 숨진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이후 실제 사망 원인이 다른 질병으로 밝혀졌다고 해도 이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과장이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일 뿐 중요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번역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정지민씨의 진술엔 “정씨가 영어 감수만 했을 뿐 제작 과정에 참여한 바 없고, 재판 과정에서 오역 논란에 관한 진술 일부가 바뀌기도 했다”며 신빙성을 두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판부는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의심할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식품부 정책관의 개인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 비판으로 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쇠고기 수입협상을 수행한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 개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전현준 부장검사는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기 위해 번역을 일부러 바꾼 흔적이 분명한데도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됐지만 판사가 ‘광우병 의심소’라고만 보도 요지를 정리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아레사 빈슨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인간광우병이란 의미로 ‘vCJD’라고 오역한 부분에 대해 의도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부장검사는 또 “‘한국인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 또한 ‘과장됐거나 잘못 이해된 부분이 있었고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판단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협상팀과 정부 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로 칭한 송일준 PD의 발언이 명예훼손이 되는지도 판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최선욱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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