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첫 TV토론] 주요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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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 후보간 TV토론은 미 대선이 철저한 정책 공방전이고 후보들은 '정책 수능시험' 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사회자인 짐 레러는 "교육에 소요되는 자금 중 연방예산은 6%밖에 안되고 두 후보 모두 교육을 1백% 개혁한다는 데 그게 말이 되느냐"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연금을 타는 나이가 되면 사회보장 제도가 힘들어지는데 세금을 올리지 않고 당신들의 공약이 실현가능한가" 등 구체적 질문으로 두 후보가 진땀을 흘리게 했다.

짐 레러는 자신이 할 질문을 심지어 대통령 토론위원회측에도 통보하지 않는 등 공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토론은 미국 사회가 당면한 거의 모든 문제에 걸쳐 이뤄졌다.

예상했던대로 세금감면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부시 후보는 "막대한 재정 흑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모든 납세자들이 감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자꾸 커다란 정부를 만들어 예산만 낭비하려고 한다. 작은 정부를 만들고 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라"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어 후보는 "부시의 감면은 1%에 불과한 부유층을 위한 것" 이라며 "나는 일하는 중산층들을 대변한다" 고 맞섰다.

고어는 부시가 자신의 정책을 공격하면 답답하다는 듯 큰소리로 한숨을 쉬어 상대방을 깎아내렸다. 반면 부시는 고어가 공세를 펴면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노려보기도 했다.

"증시가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는 사회자 질문에 부시는 약간 당황한 듯 자신이 알고 있는 경제관료들의 이름을 죽 열거하면서 "의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 고 얼버무렸다.

반면 고어는 "나는 멕시코의 페소화(貨)위기와 아시아 경제위기를 대처했던 경험이 있다" 며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유로화까지 들먹이며 자신의 경제지식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호황에 대해 부시는 "국민들의 공로" 라고 했고 고어는 "국민들의 공로인 건 맞지만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고 받아넘겼다.

한반도와 남북문제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대신 미군의 역할에 대해 부시는 "미군이 아무 곳에나 마구 개입해선 안된다" 고 비판했고 고어는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는 논리를 내세웠다.

고어는 "지금 미군이 전세계에서 제일 강하고 역사적으로도 제일 강한 군대" 라고 주장했고 부시는 마지 못해 "맞는 얘기지만 고칠 게 많다" 고 맞섰다.

최근 논란이 된 먹는 낙태약 RU-486 판매에 대해 고어는 "여성의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 며 낙태 찬성입장을 보였고 부시는 낙태제한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막판에 날카로운 신경전을 폈는데 부시가 "고어후보는 불교사원에서 선거자금을 불법모금했다는 의혹이 있지 않느냐" 고 공격하자 고어는 "부시 후보는 스캔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모양이나 나는 정책을 얘기하련다" 며 이를 무시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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