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수들 북경공연취소에 항의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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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베이징〓유상철 특파원]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대한 인기로 대표되는 중국 내 한국 바람인 '한류(韓流)' 가 중국에서 큰 망신을 당하게 됐다.

3일 오후 7시 베이징(北京)의 야윈춘(亞運村)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류 허리케인' 이 한국 가수들의 불참으로 갑작스레 취소됐다.

3만명이 입장할 예정이던 이날 대형 콘서트엔 한국에서 NRG.베이비 복스.안재욱.이정현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단 한명도 베이징에 오지 않았다.

가수들의 불참 이유는 이번 공연을 기획한 ㈜메리트21이 약속한 공연료를 사전에 지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소재의 이 업체는 중국 공연을 주선한 사람이 삼성.SK 등 한국 기업으로부터 2억원 가량의 협찬료를 받고 도주, 공연료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올림픽 경기장 앞에는 공연이 취소된 줄 모르고 몰려온 중국 청소년 수백명이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공연할 것을 요구, 큰 혼란을 불렀다.

결국 중국 공안(公安)이 출동, 질서를 잡고 팬들을 해산시켜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한편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한류 열풍에 대한 부작용 등을 우려해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을 제한하려 한다" 고 말하고 "이런 식의 사태가 빈발하면 모처럼 중국 내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가 중국인들의 냉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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