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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머니의 나라 한글시 처음 써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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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너무 캄캄해서 나 자신이 안 보인다/아무리 찾아도 길은 안 보인다(중략) /그때야 알았다/이 어두운 데서 내가 빛이 되는 거다/두려움, 고통, 나만의 죄를 다 버리고/내가 빛이 되는 거다/내 안에 있는 것을 보는 거다/그게 나의 할 일이다….'

558돌 한글날(9일)을 기념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이 6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한 '제13회 전국외국인한글백일장'에서 장원(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차지한 마거릿 비아문구(19)의 시'내 안의 빛' 중 일부다.

선교사인 탄자니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집에서 엄마한테 한국어를 배우긴 했지만 한글로 시를 써보긴 처음"이라며 "첫 작품으로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을 탄자니아에서 보내고 케냐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비아문구는 내년 초 연세대 신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 7월 한국에 왔다. 그는 "반은 아프리카 사람, 반은 한국인인데 나의 반쪽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아 한국 대학에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현재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비아문구는 "백일장에 나오기 전 신문.TV를 많이 보면서 공부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은 낯선 받침이나 어휘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시엔 '그때'를 '긋때'로, '도대체'를 '도대채'로 쓰는 등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 간혹 눈에 띈다. 그래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끄집어낸 점이 훌륭하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평소 영어로 시 쓰기를 즐겨 친구들에게 곧잘 시를 써 선물하곤 했다"는 비아문구는 영어 외에 프랑스어.스와힐리어에도 능통하다. 그는 "앞으로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 한국에서 아나운서.앵커 등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엔 57개국에서 온 주한 외국인 및 해외 동포 934명이 참가해 '빛'(시 부문)과 '가족'(수필 부문)을 주제로 한글 작문 실력을 겨뤘다. 정현종 연세대 국문과 교수, 시인 최승호씨, 소설가 성석제씨 등이 심사를 맡았으며, 장원인 비아문구에겐 7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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