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BBC 방송 "OJ 심슨은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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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부인 니콜 브라운과 그녀의 남자친구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금도 의심받고 있는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 선수 O J 심슨에 대해 영국 BBC방송이 사건 발생 6년만에 "심슨은 무죄" 란 주장을 들고 나왔다.

BBC는 4일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경찰이 심슨을 살인자로 몰고 간 중요한 증거들을 폭로한다고 더 타임스가 지난2일 보도했다.

BBC가 제기하는 수사 의문점은 세가지다.

우선 심슨이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 제이슨(당시 24세)의 사건 당일 행적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요리사인 제이슨은 여자친구와 싸우다 흉기를 휘두른 전력이 있고, 사건 당일 제대로 된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는 데도 경찰이 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BBC 다큐멘터리는 한 마약상이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6개월 전에 제이슨으로부터 니콜 브라운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폭로 내용이 들어 있다.

BBC가 또 다른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것은 사건 현장인 심슨 집 문과 심슨의 양말에서 추출된 혈흔에서 EDTA로 알려진 종합 성분의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것. EDTA는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 수사관들이 증거를 썩지 않게 보존하려고 사용하는 물질인데 유독 두곳에서만 발견됐다는 것이다.

영국 범죄 현장 분석가인 피터 하퍼는 "누군가가 일부러 그 증거들에 피를 묻혀 두었다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고 말했다.

심슨(사진)이 경찰 추적을 피해 캘리포니아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탔던 흰색 포드 브롱코에서 발견된 증거들도 경찰이 현장에 놓아뒀을지 모른다고 BBC는 주장했다.

차안의 중앙 콘솔에서 나온 혈흔에 대해 경찰이 처음 심슨의 피만 있다고 발표했다가 3개월 뒤 심슨과 피살자인 니콜의 피가 섞여 있다고 수정한 게 그 증거라는 것.

사건의 책임 수사관조차 심슨의 피를 채취하고는 로스앤젤레스 검시소로부터 적법 절차를 무시한 채 피해자 혈액을 받아 대조하는 월권을 행사한 점 등을 들어 BBC는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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