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은 산모 기형아 출산율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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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임신 중 스트레스가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 은 최근 덴마크연구진의 결과를 인용,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기형아 출산율이 평균 54%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1980년부터 92년까지 2만4천여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임신기간 중 자녀나 배우자의 질병과 사망 등 스트레스 유무와 언청이 등 기형아 출산율과의 관련성을 따져본 것.

이 결과 산모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예기치 않은 자녀의 죽음. 특히 임신 3개월내 갑자기 자녀가 죽은 경우 언청이 등 기형아 출산율이 무려 8.4배나 높아졌다. 반면 임신 중 배우자에게 심장병이 발생한 경우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은 83% 증가에 그쳤다.

이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역학센터 도르데 한센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산모의 부신(副腎)에서 분비되는 코티솔호르몬이 기형아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고 설명했다.

특히 인체의 장기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임신 3개월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 코티솔은 비상사태시 긴급 동원되는 호르몬으로 혈압을 올리고 맥박을 증가시키는 등 인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호르몬.

그러나 만성적으로 과잉분비될 경우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티솔호르몬을 매개로 산모의 스트레스가 기형아 출산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모체의 코티솔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며 "산모에겐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미량의 농도일 수 있지만 태아에겐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으로 작용한다" 고 설명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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