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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노인 인구가 늘면 나라가 못살게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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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Q:얼마 전 신문에서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노인 부양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오래 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왜 이런 걱정을 하는 건가요. 노인이 많아지면 정말 우리나라가 더 못살게 되나요.

A:우선 왜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는지부터 알아봅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살게 됐습니다. 20년 전에는 평균적으로 60대 중반까지 살았는데 요즘은 평균수명이 70대 중반으로 늘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15년 후 평균수명이 80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여자 한명이 아이 두명은 낳아야 현재 수준의 인구가 유지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여자 한명이 아이 한명을 낳는 수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4700만명 정도 되는데 이대로 가면 2050년엔 인구가 4400만명으로 줄게 됩니다.

결국 전체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겁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노인은 65세 이상을 가리키는데 이 분들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젊을 때 벌어 둔 돈으로 생활하거나 자녀의 도움으로 살아갑니다. 일부는 힘이 덜 드는 일을 하거나 정부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인이 아무리 많아진다 해도 공장도 돌리고 물건도 팔아야 나라 경제가 유지됩니다. 그래야 정부도 세금을 거둬 노인들을 보살펴 줄 수 있습니다.

자연히 경제를 꾸려가고 세금을 내는 부담은 65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집중됩니다. 일반적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세부터 64세까지를 생산 가능인구라고 합니다. 생산 가능인구가 열심히 벌어 65세 이상 노인들을 모시는 것이죠.

34년 전인 1970년에는 생산 가능인구 18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했습니다. 하지만 노인 인구는 늘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올해는 8명이 노인 한명을 모시는 수준이 됐습니다. 생산 가능인구의 부담이 두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6년 후인 2030년에는 청.장년층 3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인 한명을 모시는 데 월 1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해 보지요. 10명이 나눠 부담하면 한사람이 10만원씩만 내면 되지만 3명이 맡아야 하면 각각 30만원 이상을 내야 하니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런 부담 증가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일자리가 있는 어른들은 노후를 대비해 국민연금을 매달 냅니다. 젊을 때 돈을 적립해 두었다가 60세가 넘으면 생활비를 받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노인 인구가 늘면서 연금을 낼 사람은 적어지고 받아가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2002년에는 연금을 받는 사람이 연금 가입자의 4.5%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이 비율이 13%로 늘고 2030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2%로 늘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36년부터 국민연금은 적자 상태에 빠지고 2047년이면 기금이 한푼도 남지 않아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정부가 불우한 노인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나라 살림이 쪼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노인 비중이 커지면 젊은 사람들의 부담이 커지고 경제에도 부담이 생깁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까지 5.4%였던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성장 가능성)이 고령화 등으로 2010년에는 4%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노인 인구가 더 늘어나기 전에 나라의 부를 키워야 합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15년 안에 선진국이 꼭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예전에 1시간 일해 1만원을 벌었다면 앞으로는 1시간 일해 2만원, 3만원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기술을 발전시켜 하나를 팔아도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만들고, 일하는 사람의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남자 근로자만으론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아 줄 육아시설이 많이 생겨야 하는 것이죠.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고 경제적으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노인용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는 더 늘어납니다. 최근 들어 노인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검진 시설이나 오락 시설을 갖춘 실버타운이 곳곳에 생기고 있습니다. 한 제약업체에서 노인층을 겨냥해 만든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는 최근 10년 동안 2500억원어치가 팔렸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20조원대인 노인 관련 산업(실버 산업)의 규모가 2010년에는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실버 산업 규모가 이미 70조엔(약 700조원)을 넘어섰답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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