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전관예우' 관행 비판

중앙일보

입력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조계 내의 '전관 예우'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박찬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부장판사제 폐지 등을 건의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나라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주고 담당검사.판사와 연고가 있는 학교 선후배,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한 뒤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강요해 담당검사나 판사를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한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법조 불신의 큰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판사는 또 "퇴직 뒤 변호사로 개업한 고위직 법조인들이 후배검사나 판사들에게 전화해 일반사건에 비해 관대한 형을 이끌어내는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법조인이 존경과 신뢰를 받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전관예우'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검사나 변호사, 교수 중에 판사를 임관하는 법조 일원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고,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판검사 대부분은 퇴직한 뒤 최종 근무지에서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실무와 이론면에서 숙련된 부장 판검사 다수가 중도에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가 지난 3일 발간한 '사법감시 21'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판검사 573명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판사 출신 개업 번호사의 89.8%, 검사 출신 개업 변호사의 75%가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지봉 건국대(헌법학) 교수는 이 잡지에서 "고위법관들이나 고위검사들이 퇴직 뒤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은 전관예우의 문제를 낳을 소지가 많다"며, "지역 법조인들과의 인연을 변호사 개업 뒤 적극 활용하고 전관예우의 혜택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