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 은행 사외이사 대거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8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업계는 사외이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올 3월 은행들의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업계가 마련한 사외이사 제도 개선 방안이 이번 주총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들도 많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사외이사는 최초 임기 2년을 보장받고 5년까지 연임할 수 있게 된다. 경영진에 대한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임기 2년을 보장하지만, 경영진과의 유착을 막기 위해 5년을 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임기 5년을 기준으로 매년 사외이사 5분의 1 정도가 교체하도록 하는 ‘시차임기제’도 도입된다. 원칙적으로 금융지주회사의 회장(또는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도록 하되, 사외이사들의 대표인 선임사외이사를 도입할 경우 겸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사외이사는 다른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이런 내용의 ‘은행권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형식적으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8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1년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개별 은행이 새 기준을 따르는지 점검해 은행 경영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는 38명, 자회사인 4개 은행의 사외이사는 24명에 달한다. 금융계에선 새로운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10여 명 정도의 사외이사가 이번 주총에서 임기 전에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이외에 결격 사유로 연임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며 “사외이사가 어느 정도 교체돼야만 시차임기제를 무리 없이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권력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금융지주(9명)에선 자회사인 국민은행과 용역·거래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2명이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담 전남대 경영대 교수는 임기(내년 3월)가 남아 있지만 이미 5년간 재임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07년 8월부터 조 교수가 재직한 전남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에 등록한 직원에게 학비를 지원한 내용을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은행이 사외이사에게 부당한 지원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지주(7명)와 신한금융지주(12명)의 사외이사 전원은 올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재임기간이 1~2년 정도에 불과해 임기 2년을 보장하는 새 기준을 따른다면 연임 가능성이 있다. 신한지주에선 필립 레니엑스 BNP파리바 서울지점장이 7년,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5년간 재임했다. 관심사는 사외이사의 교체보다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라응찬(72) 회장의 연임 여부다.

사외이사에도 임기 3년을 적용하는 하나금융지주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재임기간 4년)과 정해왕 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3년)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우리·신한·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회장과 이사회 의장의 분리 및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여부를 정해야 한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