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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확산되는 금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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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스캐롤라이나주 금연법은 미국 전체론 식당이 29번째, 술집이 24번째다. 빠른 게 아니지만 최대 담배 산지란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해 7억 달러어치(약 9000억원)의 담배를 생산했다. 미국 전체의 절반이다. 얼마 전까지 농가소득의 30% 이상이었다.

그런 만큼 금연법 제정엔 논란이 컸다. 식당과 술집에선 “가뜩이나 불황인데 사업 망한다”고 아우성이었다. 담배회사의 로비도 거셌다. 하지만 간접흡연에서 비흡연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먹혔다. 말버러 공장이 있는 버지니아주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난달부터 금연이다. 워싱턴 DC 시의회는 지난주 ‘건물 주변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표지를 건물주가 붙일 수 있다고 결의했다.

공공장소 금연만이 아니다. 자유의 나라라지만 기초질서 관련 법이 많고, 그것도 매우 엄격하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주에서 담배를 피우며 걷거나 술이 거나해 걷는 행위는 금지다. 자정이 넘으면 술을 사고팔지 못한다. 냉이를 캐거나 물고기를 잡아도 안 된다. 버지니아 주의회에선 ‘바지를 흘러내리지 않게 입고 다니는 법’이 논란이었다. 엉덩이가 보이게 바지를 입으면 혐오감을 준다는 쪽과 지나친 규제란 반대론이 부닥쳤다.

학교에선 ‘무관용 정책’이 시행된다. 숙제할 때 인터넷을 뒤져 표절하면 전 과목 낙제다. 커터 칼 등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들고 가면 정학 이상이다. 감기약을 선생님에게 신고하지 않고 먹어도 큰일 난다. 학생이 휴대전화에 음란물을 받고 지우지 않았다면 철창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외가 없어 무관용이다.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게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회적 약속’이므로 누구나 지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바니’란 공룡은 TV에서 “나는 특별해. 너도 특별해. 우리는 특별해”라고 언제나 노래한다. 모두가 특별한 만큼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법 따로 실천 따로, ‘그까이거 대충’이다. 금연법이 엄격해도 버지니아 한식당엔 흡연 손님이 있고 음주운전도 많다. 서울의 식당에도 금연 규정이 있지만 구애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KDI가 OECD 30개국의 법질서 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새해가 3주 지났다. 금연 결심이 흔들릴 때다. 흡연자의 44%가 새해 금연을 결심하지만, 연말까지 성공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이라고 한다. 흡연인구가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미국식 사회적 약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과의 약속인 금연 결심만큼은 계속 지켜나가는 게 어떨까.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