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스마트폰 논쟁 … 소비자가 스마트해져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좋은 스마트폰 헐뜯는 협잡꾼” “꼬투리 잡기는 그만하시죠.”

본지 1월 15일자 ‘기능 많다고 이것 저것 쓰다간 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기자에게 날아든 e-메일 문구들이다. 스마트폰 요금이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계도성 내용이었으나 사례가 된 아이폰 매니어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 중에는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나 품평이 나올 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감을 보이는 ‘안티 아이폰’ 그룹이 등장할 정도다. “‘아이폰=진리’라는 등식은 억지다” “형편없는 애프터서비스(AS)라도 아이폰이라고 이해해 줘야 하나” 등이다. 이런 공방이 연일 포털의 공론장을 장식한다.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문화는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둘러싼 네티즌 간에도 재연되고 있다. 장단점을 합리적으로 따지는 건설적 토론보다 ‘맹신’과 ‘거부감’이 횡행한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지난해 12월 초 국내에 들어와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출시 한 달여 만에 25만 대가 개통됐다. ‘한국형 스마트폰’을 내세운 SK텔레콤의 T옴니아2도 30만 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아이폰 열풍은 역시 대단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의 ‘기득권 포기’ 선언까지 이끌어냈다. 통신업체나 단말기 회사별로 처져 있던 칸막이가 사라짐에 따라, 영원한 ‘갑’이던 통신회사의 입지도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그림자도 있다. 남 따라 일단 스마트폰으로 바꿔보자는 부류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라는 정도의 피상적 인식도 문제다.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해서 쓰는 똑똑한 휴대전화다. 음악 애호가에겐 음악감상 위주의 기기가, 게임 매니어에겐 게임 위주의 기기가 된다. ‘아이폰’이라는 이름도 ‘인터넷’의 i가 아니라 ‘나’를 뜻하는 i 쪽에 가깝다. 유행이라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들은 기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비싼 요금을 무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구매한 한 직장인은 “일상이 바빠서 그런지 휴대전화와 그리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우선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묻지마 구매’는 스마트폰에 대한 실망감을 확산시켜 오히려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마트폰은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재도약시킬 계기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은 이미 전 세계 휴대전화의 17%를 차지했고 연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다. 아이폰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산업에 빛과 혼돈을 함께 던졌다. 이제 소비자들이 똑똑해질 차례다.

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