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실무접촉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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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85년 남북 경제회담 이후 15년 만에 25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남북 경협 실무접촉은 "실무회담에 걸맞게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 남측 이근경(李根京.재정경제부 차관보)수석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이번 1차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서에 당장 서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李수석대표는 "합의서 작성을 위해서는 상대방 제도의 이해와 합의서 조항의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무접촉이 1~2차례 더 필요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양측은 오후3시45분쯤 일찌감치 첫날 회담을 마치고 이천 현대전자 공장으로 함께 산업시찰을 떠났다.

◇ 투자보장 협정=서로간의 투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장치다.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가 북한의 합영법.외국인투자법.합작법 등에서 보호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남측의 생각이다.

현재는 남한 투자자에게 이 법이 적용되는지가 불분명하다.

또 상대방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송금을 보장하고, 수용(收用).국유화 제한과 보상절차 등도 명확히 할 계획이다.

◇ 이중과세 방지=주로 투자를 유치하는 국가가 투자.조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상대국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남한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 소득이 생기면 북한의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인 세금법' 에 의해 기업 소득세가 과세된 후 남한에서도 같은 소득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된다. 두번 세금을 내는 셈이다.

남북은 이자.배당.사용료.사업소득 등 발생 소득별로 북한에서 과세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북한에서 납부한 세금은 남한에서 낼 세금에서 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중과세 방지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분쟁 해결과 청산결제=이번에 북한이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남북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추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상사(商事)분쟁은 남북한 기업간에 납기 지연.제품 불량 등 계약 불이행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툼이다. 이를 어느 중재기구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청산결제는 거래할 때마다 대금을 결제하지 않고 통상 1년간 주고받은 물품과 대금을 계산해 차액만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것이다. 달러가 부족한 북한 상황을 고려한 결제방식이다.

남측은 제한적으로 청산결제를 도입하되 그 외에는 보통의 무역거래와 같이 물품이 오가면 대금이 즉시 결제되는 환결제방식을 병행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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