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선진 7개국(G7)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3일 체코 프라하에서 회담을 갖고 현재 세계 경제의 최대 현안인 고유가와 유로화 약세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오는 26일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회동한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의 고유가와 유로화 약세가 세계 경제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며 "유가 폭등과 유로화 가치의 급락을 저지하기 위해 관계국들이 함께 노력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유가 안정화에는 한 목소리〓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 문제에 대한 G7의 상황 인식은 심각했다.
"파랗기만 하던 세계경제의 하늘에 고유가라는 먹구름이 끼었다" (로런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 "유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0.75%포인트 하락할 것" (세계은행 닉 스턴 선임연구원)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G7이 공동회담을 갖자" 는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무장관의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3천만배럴 방출키로 한 만큼 좀 더 지켜보자" 는 독일측의 의견에 따라 성명서의 강도가 낮아졌다.
G7은 성명에서 "지속적인 유가 상승세와 유류비축분의 부족을 감안할 때 OPEC와 그밖의 모든 산유국들이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석유 소비국에는 에너지 이용효율의 안정을 촉진하도록 했다.
OPEC의 알리 로드리게스 의장(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에 대해 "G7의 요구에 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고 반박했다. G7 압박 작전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 쉽지 않을 유로화 추가 개입〓1999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30%가량 가치가 하락한 유로화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미국.일본.유럽이 공조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빔 두이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회동이 끝난 후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G7이 인식을 같이 했다" 며 추가 공조개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분데스방크총재도 "지난 22일 미.일.유럽의 중앙은행이 공조개입해 유로화를 회복시킨 것에 만족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미묘한 입장차도 노출됐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를 추구하는 기존 미국의 외환정책과 이번 유로화 공조개입과는 별 상관이 없다" 며 "앞으로도 강한 달러를 지향하는 정책을 펴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로화 회복을 위해선 먼저 유로권 국가들이 경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고 말해 추가 공조개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 기타〓G7은 특정 국가 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기업.금융권의 구조조정을 더욱 신속하고 활발하게 추진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24개 개발도상국(G24)재무장관들도 이날 회동을 갖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IMF의 개도국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