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대선 혼탁…BBC "개표조작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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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고 연방에서 24일 대선과 총선이 치러졌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르는 이번 선거는 극도로 혼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인 대선 결과는 25일 오후(한국시간) 발표될 예정이다.

오전 7시(현지시간) 7백8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시작된 선거는 일부 투표소에 군인이 투입되고 집권당인 사회당의 간부 집에 투표소가 마련되는 등 비민주적인 형태로 전개됐다.

밀로셰비치 지지자들로 구성된 유고선관위는 유럽연합(EU).유럽안보협력기구(OSEC) 등의 선거감시단 접수 요구를 끝내 묵살한 채 인도.중국 등에서 파견된 감시단만 형식적으로 투표과정을 지켜보게 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야당연합 후보 보이슬라프 코스투니차는 이날 "최소한 수십만표를 도둑맞았다" 고 주장하며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거리에 나와 주권을 지켜달라" 고 호소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이에 맞서 "과반수 이상 득표로 1차 투표에서의 승리가 확실하다" 고 장담했다.

BBC 등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선거가 국제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고 지적했다.

몬테네그로 공화국에선 1만여 군인이 투표소 주변에 배치되는 등 여당이 억압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밀로셰비치측이 부정 투표 용지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 개표 집계까지 조작하기로 계획했음이 여당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유엔 관할 코소보 지역에 기권자가 많아 집중적으로 부정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감시인단 1백50여명을 투입했으나 투표소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유엔은 이날 이 지역에서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가 유혈 충돌을 빚을 것에 대비해 비상 경계에 들어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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