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사실상 실업’ 400만 … 공식통계와 4.5배 차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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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 통계의 주요 관심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취업자·실업자 수, 다른 하나는 새로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취업자 수 변화(신규 고용)다.

먼저 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인구 수로 나눠 계산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만을 가리킨다. 학생·주부·수감자·고령자는 물론이고 구직활동을 그만둔 사람은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진다.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4009만2000명)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2439만4000명이었다. 이에 따라 공식 집계된 지난해 실업률은 3.6%였다. 공식 실업률은 2001년 이후 거의 3%대에서 오르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변화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고용시장과 따로 놀아=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실제 고용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통계상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유사 실업자’ 또는 ‘잠재적 실업자’라고 부른다.

공식 실업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이들 중에 우선 ‘구직 단념자’를 꼽을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구직을 아예 포기한 이들이다. 노동시장만 좋아지면 언제든지 구직활동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지난해 1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6% 늘었다.

취업을 하려고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는 취업준비생(24만 명)이나 학원·기관에 다니지 않는 취업준비생(35만1000명)도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용통계 조사에서 그냥 ‘쉬었음’으로 답변한 이들(147만5000명)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했거나 열악한 고용 사정에 낙담해 구직을 단념한 이들과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생길 것 같지 않아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이 포함돼 있다.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96만3000명)도 노동시간이 매우 짧아 정상적인 취업으로 보기 힘들다.

이런 실업자와 유사 실업자를 단순 합산하면 408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 중복 계산이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구직 단념자 16만여 명은 ‘취업 준비’ 혹은 ‘쉬었음’으로 답변한 이들과 일부 겹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통계청 관계자는 “‘사실상 실업자’라는 분류는 성격상 기준이 모호하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공식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업자와 같은 처지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세부적 고용대책 필요=문제는 이런 잠재적 실업자군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3년 이후 공식 실업자는 80만 명 안팎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유사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2003년 281만 명에서 지난해 408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유사 실업자들은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만큼 보다 세분화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가 공식 실업률에만 집중하면 고용정책의 초점도 경제활동 참가자에게 맞춰지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부에게는 파트타임 직업을, 30~40대는 전직(轉職)을 위한 직업훈련을, 고령자에게는 그에 맞는 공공부문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층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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