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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U 9국에 수교 제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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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최근 미수교(未修交) 유럽연합(EU) 9개국에 공식 수교를 제의한 것은 북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EU와 정치대화 등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EU 미수교국에 공식 수교를 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의미=서방권과의 관계개선을 본격화하는 의미라는 게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수교를 제의한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미국과 더불어 대표적 서방권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7월 다자외교(多者外交)무대인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에 가입하면서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국가들과 수교를 완료했다. 또 호주와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고 뉴질랜드와는 현재 수교협상 중이다.

북한은 세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3개 축인 북미.아시아.유럽 중 아시아 지역과는 어느정도 외교관계 수립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대표적 서방권인 EU와는 소수를 제외하곤 거의 수교를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본격 국제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교 사각지대' 인 EU와의 외교관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고 말했다.

◇ 전망=북한과 EU 미수교 9개국과의 수교는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전망이다.

쌍방이 1998년부터 정치대화를 벌이고 있으나 수교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EU가 북한과 정치대화를 시작한 것은 관계개선보다 미국과 대등한 외교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라며 "북한이 수교를 제안했다고 즉시 응할 국가는 거의 없다" 고 분석했다.

특히 EU 15개 회원국 중 기존 6개 수교국을 제외한 9개국 대부분이 여전히 북한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어 수교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EU 회원국들은 '공동 외교안보정책' 을 통해 ▶대량 살상무기(WMD) 비확산▶인권상황 개선 등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어 수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 대북 포용정책에 적극적인 스웨덴이 EU 의장국을 맡고 한국이 적극 중재에 나설 경우 의외로 쉽게 수교할 가능성도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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