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맨유 …‘세간살이’ 몽땅 내다 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매각설이 보도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의 모습. 오른쪽은 이적설이 나도는 맨유의 대표적 공격수 웨인 루니. [중앙포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이 지난주 홍콩을 찾았다. 박지성 선수를 앞세운 아시아 마케팅이 아니다. 돈을 꾸러 온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도 들를 예정이다. 스포츠 경영의 바이블로 불렸던 맨유가 빚더미에 앉았다. 맨유는 5억 파운드(약 9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맨유가 홈 경기장인 ‘올드 트래퍼드’를 팔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드 트래퍼드는 축구 선수에겐 ‘꿈의 구장’이고, 영국 축구팬에겐 성지 같은 곳이다.

맨유가 대표적 공격수인 웨인 루니를 이적시킬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맨유는 지난해 세계적 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에 8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를 받고 팔았다.

맨유의 위기는 스포츠계의 ‘큰손’ 맬컴글레이저의 무리한 인수에서 비롯됐다. 글레이저 가문은 2005년 맨유를 7억9000만 파운드에 샀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돈줄이 마르자 헤지펀드 등에서 끌어들인 고금리 자금이 화근이 됐다. 이 중에는 금리가 연 14%가 넘는 채권도 있다. 글레이저 가문은 보유 중인 석유기업 자파타의 경영권까지 팔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불황은 맨유의 위기를 부채질했다. 맨유는 2008년 2140만 파운드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는 흑자였지만, 호날두의 이적료 수입을 빼면 적자다.

맨유의 위기는 외교 문제로도 번질 기세다. 영국의 축구팬들이 미국 자본을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올드 트래퍼드에선 ‘맨유를 사랑하지만 글레이저는 싫다’는 현수막을 앞세운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글레이저의 인수 전 맨유는 세계에서 가장 튼실한 구단으로 불렸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