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 사회] 12. 적정 인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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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저출산 위기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줄여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환경.교통.에너지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나만이라도 애를 안 낳아야 후손들이 치열한 경쟁 없는 좋은 나라에서 살 겁니다."

미혼으로 2남1녀 중 장남인 김창원(가명.37.프리랜서)씨. 얼마 전 부모 몰래 병원에 가서 정관수술까지 했다. 그는 결혼은 꼭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 의외로 많다"고 강변했다. 물론 저출산은 위기라며 여유가 되는 만큼 최대한 애를 더 낳아야 한다는 반론 목소리도 크다.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남북한을 합쳐 1억명이 될 때까지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현재도 많아 인구의 절반까지 줄여야 할 판이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 과제로 떠오르면서 인구논쟁이 뜨겁다.

우리나라 땅에서 과연 '적정인구'는 몇 명일까. 국내 학계는 이에 대한 연구를 겨우 시작한 단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승권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지금은 다소 많다 싶을 정도의 인구를 유지해야 통일 이후 북한 지역 개발을 감당할 수 있다"며 "옌볜지역의 인구 유입 등을 포함, 한반도 인구가 최소한 8000만명 이상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만으로도 기본 성장을 할 수 있는'한민족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양대 윤영민(정보사회학) 교수는 이보다 많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즘은 고전적인 생산 3대요소(노동.자본.토지)보다 '지식'이 중요한 시대"라며 "산업발전으로 국토의 인구 부양능력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에 남북한 합쳐 1억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충남대 전광희(사회학) 교수는 인구를 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앞으로 적정인구를 추산할 때는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환경이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우리 인구는 다소 과잉으로 현재(남한 4800만명)보다 절반 수준까지 줄여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구가 6000만명 수준인 영국에서 환경요소를 고려했을 때 적정인구는 2000만명 이하라는 최근의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인구의 숫자보다 구성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똑같은 인구 수라도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사회적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외국어대 이흥탁(사회학) 교수는 "현재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2020년 이후부터는 생산연령 인구감소로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치.경제 안정을 통해 출산율을 선진국 수준인 1.6~1.7명으로 묶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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