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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특검제 고수" 배수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지원씨가 우리 당의 21일 부산대회를 의식해 쫓기듯 먼저 물러갔다."

20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朴전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를 당연시하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부산 장외집회의 2대 요구사항으로 제시될 '박지원 사퇴' '특검제 관철' 중 하나가 풀림으로써 "김이 좀 샜기 때문(다른 고위 당직자)" 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權대변인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말고 김대중 대통령을 압박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權대변인은 ▶박지원씨 출국금지와 구속수사 ▶특별검사제를 계속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朴전장관의 퇴진으로 여론의 흐름과 정국주도권이 자기들에게 오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 몰아붙여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히려 여권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는 생각도 李총재 주변에 퍼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특검제가 수용될 때까지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鄭昌和 원내총무)" "朴장관 사퇴는 우리가 요구한 것의 극히 일부분(金杞培 사무총장)" 이라는 강경투쟁론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흐름도 분명히 감지된다. 李총재의 핵심측근은 "어쨌든 여권이 대화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 고 했다.

부산에 이어 28일 예고된 대구 장외집회를 취소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고위 당직자는 사견이라며 "이제 특검제는 국회에 들어가서 요구해도 된다" 고 말했다.

朴전장관의 비판에 묻혀 있던 야당의 등원거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발빠른 움직임도 경색정국 타개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쪽은 "특검제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국정조사(청문회)는 가능하다" 는 협상안을 한나라당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총무접촉을 통해 등원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일엔 간담회 형태이긴 하지만 태풍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행자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朴장관 사퇴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 논의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전영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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