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관 거취' 민주 내부갈등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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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거취문제가 본격 화두가 된 19일 당내에선 미묘한 기류가 함께 나타났다. 朴장관에 대한 옹호론과 그 반대쪽의 갈등 분위기가 그것이다.

朴장관 문제에 대한 언급을 기피하는 흐름이 여권에는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 그리고 자칫 권력 핵심 내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朴장관 자진사퇴론' 이 제기되기까지는 몇차례 곡절이 있었다. '소장파 13인의 반란' (15일)과 당.청와대 일각의 은밀한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들은 朴장관 문제가 정권의 도덕성에 상처를 내고 민심불만을 초래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이날 '朴장관의 억울함' 을 다시 강조했다. 같은 동교동계의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침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權위원은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朴장관 거취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을 불러 "朴장관 사퇴촉구는 사실무근" 이라고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그는 朴장관의 결백을 주장했다.

- 어제 워크숍에서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그런 얘기가 안 나왔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회의 뒤 자기 생각을 말한 것 같다. 그래서 朴대변인을 불러 시정토록 했다. "

- 어쨌든 金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지 않나.

"죄없는 사람이 왜 사퇴해야 하나. 朴장관은 나에게 '만의 하나 조그만 혐의가 있다면 할복 자살하겠다' 고 말했다. "

그러나 워크숍에 참석했던 다른 최고위원들의 설명은 엇갈린다.

비(非)동교동계 최고위원은 " '그 사람(朴장관)을 현직 장관으로 두고 검찰이 어떻게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겠느냐' 는 발언이 확실히 있었다" 고 밝혔다.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도 "공식석상이 아니었지만 누군가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고 전했다.

반면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개인일정 때문에 한시간 가량 회의장을 비웠던 탓인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당내에선 "朴장관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권력내부의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양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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