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 하라는 거냐” 친박계 고함·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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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나라당의 첫 충청권 세종시 설명회에서 일부 친박계 당원들이 고함을 치며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당지도부와 당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국정보고대회에서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세종시 신안을 설명하던 도중 좌중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박형준 수석=“이명박 대통령에겐 사심이 없다.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로 어떤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이해관계나 정치적으로 일을 하진 않는다.”

▶김태흠 보령-서천 당협위원장=“당론이 세종시 원안이지 않나. 우리 보고 (정부의) 총알받이를 하라는 거냐.”

김 위원장은 단상 앞까지 나와 고함을 친 뒤 곧바로 지지자 50여 명과 함께 퇴장했다. 그는 과거 자민련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다. 지난달 세종시 수정에 반대한다며 삭발을 해 이날은 모자를 썼다. 이에 박 수석은 “세종시(신안)를 홍보하러 온 게 아니다. 국격을 높이는 차원에서 갈등을 성숙하게 처리했으면 한다”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충청 출신의 송광호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이 충청의 민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충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정몽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도 대화하고, 야당을 포함해 끈질기게 넓게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약속은 ‘미생지신’?=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중국 고사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인용해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약속 이행’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미생은 폭우 속에 다리 밑에서 약속대로 애인을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며 “정부가 일시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고집하지 않고 올바르게 고쳐 나가면 국민은 신뢰한다”고 말했다.

천안 =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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