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소각장 오염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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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국 중.고교의 상당수가 오염방지 장치가 없는 소형 소각로를 교내에 설치.가동, 학생들이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학교에서는 매연이 교실로 흘러들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가 하면 주택가로 퍼져나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 실태〓서울 중랑구 묵동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이 있는 4층 건물에서 불과 2m 가량 떨어진 곳에 쓰레기 소각로가 설치돼 있다.

하루에 25㎏ 정도의 각종 쓰레기를 태우고 있으나 대기오염 방지 시설은 없다. 이 때문에 2층 이상에 위치한 교실에는 소각로에서 나온 연기가 창문을 통해 그대로 들어온다.

학교측은 "방과후에만 소각하며 주로 휴지.낙엽.나무 등을 태우고 비닐은 태우지 않는다" 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업 중에 쓰레기를 태우기도 하며, 가끔 비닐도 태워 매운 연기가 교실로 날아들어와 숨쉬기가 곤란할 때도 있다" 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에 설치된 소각로도 교실과 5m 정도 떨어져 있다. 학교측은 "매연방지 시설은 4천만원이나 들어 설치하지 못했다" 며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 두 달 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8년 말 현재 전국 1만4천7백91개 소각시설 중 13%인 1천9백23곳이 학교 내 소각시설인 것으로 집계돼 사업장 소각시설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문제점〓생활 쓰레기를 태우는 소형 소각시설의 경우 대형 소각시설보다 오염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부경대 연구팀이 환경부의 의뢰로 국내 중.소형 소각시설의 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간당 0.2t 미만 소각시설의 경우 배기가스 ㎥당 평균 89.4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1g)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간당 2t 이상을 태우는 도시 쓰레기 소각장 평균 농도 0.05ng의 1천7백88배에 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오염방지 시설이 부실한 데다 쓰레기의 과다 투입으로 인한 불완전 연소 등 때문에 오염이 심하다" 고 분석했다.

◇ 대책〓서울시 교육청 학교보건팀 관계자는 "각 학교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형 소각로를 설치하고 있어 올들어 두 차례 공문을 보내 폐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58개에 달하던 학교 내 소각시설이 최근 22개로 크게 줄었다.

실제로 오염방지 시설 없이 소각로를 가동하던 서울 노원구 S고는 지난 5일 구청에 폐쇄신고를 했고 성동구 행당동의 M고도 지난달 폐쇄했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양재문(梁載文)사무관은 "교육부의 협조를 얻어 모든 소각시설에 대해 다음달까지 보완시설을 갖추겠다" 고 말했다.

강찬수.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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