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우 분식회계… 임직원·회계법인 된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우 계열사의 회계장부 조작에 중징계가 내려졌다.

당초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는 두 차례나 결정을 연기하며 징계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국내 현실상 재벌계열사 임원이나 회계법인은 오너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정상 참작론' 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일 회의에선 중징계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23조원이나 되는 회계장부 조작을 눈감아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원칙론' 이 막판에 증권선물위원회 분위기를 뒤집은 것. 하지만 대우 임직원들과 회계법인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 회계장부 조작 실태〓12개 계열사의 회계장부 조작금액이 22조9천억원에 달했다.

㈜대우는 해외 현지법인이 차입한 5조~6조원의 자금을 현지에서 이자지급이나 계열사 손실을 메우는 데 쓰고도 이를 숨겨놓았다가 들통났다. ㈜대우의 장부조작 금액은 무려 14조6천억원에 달했다.

대우자동차는 해외투자법인에 자동차 제조설비를 수출하면서 받은 선수금을 ㈜대우의 하도급 대금으로 고쳐 매출을 부풀리기도 했다.

대우전자는 있지도 않은 재고물량을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재고자산을 늘렸다. 이처럼 허위 매출채권으로 부풀린 자산이 4조원, 허위 재고자산이 2조원이나 됐다.

◇ 꺼지지 않은 논란〓당초 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 임직원 가운데 핵심 간부들만 검찰에 고발하고 나머지는 수사통보로 낮추는 안을 검토했다.

계열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임원 4명은 검찰 고발도 유예하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회의에선 중징계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금감원 이성희 대우조사감리반장은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지만 이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고, 법률상 대표이사와 임원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선물위의 결론이었다" 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김우중(金宇中)전 회장은 직접 조사하지 않아 관련 임직원들이 "김우중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 이라는 주장을 반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는 앞으로 소송과정에서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 대우.회계법인 관계자 반발〓대우 전.현직 임직원과 회계법인들이 모두 징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산동회계법인은 영업정지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며, 행정소송도 고려 중이다.

산동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대우의 분식회계는 대부분 그룹차원에서 각종 비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총수가 포함된 핵심 임직원들이 치밀하게 조작한 회계부정행위" 라며 "회계법인의 정규 감사로는 적발하기가 불가능했다" 고 말했다.

고발된 대우의 전직 임원은 "대우 회계분식의 큰 줄거리는 모두 金회장이 직접 지시했으며 각 계열사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재무담당 임원을 불러서 혼을 내기도 했다" 면서 "金회장을 조사하지 않고 회계분식 과정을 추론하는 것은 '몸통' 은 놔두고 '깃털' 만 잡아내는 꼴" 이라고 말했다.

김동섭.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