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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 게릴라식으로 대응한 '딴지일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2 년 전에 선보인 인터넷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의 영향 탓인지 세상 풍속과 어휘 사용의 관행 일부도 바뀐 것 같다.

우선 '똥침놓기' 라는 말. 예전에는 코흘리개들이나 사용하던 똥침놓기란 말은 창간 사설 이래 이 신문이 하도 줄기차게 입에 올리는 통에 이제는 딴지일보 사시(社是)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고, 그 덕에 일상어로 변한 느낌을 준다.

최근 들어 턱수염이 더욱 지저분해진 '총수' 김어준(32), 그도 변했다.

그는 신간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 출간과 함께 '딴지그룹 총수' 임을 자임하면서 똥침놓기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엽기 정신' 과 동의어였다고 정색을 한 채 선언하고 있다.

다음은 점잖음과 담을 쌓은 원문의 표기 그대로다.

"엽기. 딴지일보가 세상에 마빡을 디밀며, 그 의미를 전복시킨 단어중 하나다. 이제 엽기는 과거의 엽기가 아니다. 신문 가십란에 등장하던 변태적 단어가 차세대 문화코드로까지 승격됐다. 그 엽기가 어떤 엽기냐.

원조 딴지일보는 엽기를 네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 발상의 전환, 주류의 전복, 왜곡된 상식의 회복, 발랄한 일탈. 우리 모두 엽기하세, 엽기하세!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 은 그동안 이 인터넷 신문 기사들의 하이라이트 묶음( '졸라' 라는 말은 엄청나게란 뜻을 갖는 비속어임).

2년 전 자작나무를 통해 나왔던, 단행본으로 된 아날로그 버전이 인터넷 내용을 그대로 전재했던 것과 달리 22편의 '명문' 만을 모았다.

내용은 사시대로 과연 '우끼고 자빠진 사회행태에 똥침을 날리는 정신' 에 충실하다.

이를테면 '박찬호가 노모를 줘패란 말이냐' 편은 1~2년 전 멀쩡한 스포츠 기사에 민족감정을 부추기는 언론들을 비꼬는 글. 이 기사의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된다.

"민족, 이거 아무데나 팔지 말란 말이다. 씨바들아. " 거의 욕설 수준이지만 통쾌하다.

대중음악을 다룬 '미국음악이 세계를 제패하는 이유' 도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는 한국 교육의 학벌 지상주의를 맹폭한다.

이 신문의 '수석 논설우원' 이라는 직함을 가진 최내현이 쓴 '영남인이여 깨어나라' 역시 제목의 역설과 달리 지역감정을 절묘하게 질타하고 있다.

따라서 '졸라 스페셜' 은 30대 전후의 연령별로 호오(好惡)의 선택이 확연히 갈라질 종류의 책이다. 고의로 맞춤법을 무시하고, 욕설까지도 불사하는 태도 등은 더욱 그렇다.

이 신문을 '머찐신문' 이라고 열광할 독자층이 분명히 있지만 이맛살을 찌푸릴 사람도 적지않을 게다.

하지만 딴지일보가 분명 문제가 있는 우리 사회에 게릴라식 대응을 하고 있는 패러디 저널인 것만큼은 분명하고, 바로 그것이 '쪼잔한 기성언론' 과 다른 존재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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