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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케리, 어떤 대북정책 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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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 대선에서 존 케리가 조지 W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對) 북한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지난 6월 케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과거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판매했음을 알고 있다. 북한은 최고 가격을 제시하는 측에 이를 거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전 세계와 테러리스트를 향해 분명히 해왔다. 우리는 김정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든 합의는 검증되어야 한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게 제거돼야 한다.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는 담판의 모양새를 놓고 협상해 왔다. 이 기간 북한은 6~9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연료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6자회담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과 직접 대화할 준비도 해야 한다."

이는 정책 설명이 아니라 유세 연설이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떤 게 될까. 그는 아직 전체 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기록을 통해 단서를 끄집어낼 수 있다. 그는 1990년대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정상화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전력은 그가 어떻게 북한에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그는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고 강조한다. 반면 여타 문제에 대해선 유화적이다. 케리가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권고한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고립정책이 상대국 강경주의자의 입장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고립정책이 자신의 나라를 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긴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이는 베트남을 겨냥한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북한에 대한 부시와 케리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부시는 극단적 고립정책을 추구해 왔다. 반면 케리는 고립정책이 상대국 강경론자를 단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맞선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 케리의 접촉 정책에 응할 어떤 유인 요소가 있을까. 나는 민주당 고위 인사들 간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미국의 목표가 북한 핵무기 개발을 종식시키는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협상에서 반드시 북한 지도자에게 현실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조언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의견이 일치한다. 중국의 조언자들은 북한의 핵무장 자체보다 그것이 야기할 일본의 반응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북한에 대한 보상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판받는다. 첫째, '나쁜 행동에 대한 포상'으로 비친다. 이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다른 나라를 부추길 수 있다. 둘째, 이 같은 보상 정책이 과거 '북.미 핵합의' 하에 시도됐으나 실패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90년대 북한에 약속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고,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약속을 공허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일이다.

나쁜 행동에 대한 포상은 도덕적 견지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용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북한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핵확산 위협을 끝낸다는 최종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하면서도 유일한 수단이다. 문제는 북한 핵 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북한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북.미 핵합의' 당시보다 훨씬 비쌀 것이란 점이다. 북한에 대한 보상이 민주당 정권의 정책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대 북한 정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케리도 말했지만 현재의 접근 방법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M 그레이엄 미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정리=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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