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신용보증기금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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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찬경(池燦京)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池씨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6일.

동국대 출신인 李운영 신용보증기금 전 서울 영동지점장의 구명 차원에서 일부 동문회 임원들이 작성하고 李씨의 수정을 거친 '선처 호소문' 을 전달하기 위해 池씨가 자청해 문화관광부 장관 집무실로 찾아갔다.

첫 만남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싸늘했다고 池씨는 전했다.

池씨가 "이운영씨의 선처를 부탁한다" 며 호소문을 전달했지만 朴장관은 "아니 이런 사람을 어떻게 도와달라는 거냐" 고 화를 냈다. 격앙된 분위기가 지속돼 池씨가 "왜 저한테 화를 내시느냐" 며 되받아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큰 소득없이 돌아온 池씨에게 朴장관이 연락을 해온 것은 첫 만남 후 3개월 후인 지난달 28일. 朴장관 비서관의 연락을 받고 지난달 29일 두번째로 장관 집무실을 찾은 池씨를 朴장관은 따뜻하게 맞았다.

朴장관은 "이렇게 오라고 해 미안하다" 고 인사말을 한 후 "이운영씨를 빨리 출두시켜 법의 심판을 받?하라" 고 요청했다. 이에 池씨는 "본인이 안나오니 어쩌겠느냐" 고 답했다.

이 때 朴장관은 池씨에게 "동문을 위해 애쓰는 池총장 모습이 보기 좋다" 며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고 池씨는 주장했다.

장관 집무실을 나온 池씨는 동국대 임원진들과 상의한 끝에 朴장관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다음날인 30일 다시 朴장관 집무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날 아침 朴장관의 '지급보증 외압설' 이 이미 보도된 상황이어서인지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池씨가 "朴장관님 얼굴 뵈러 왔다" 고 말을 건넸으나 朴장관은 "선처는 이제 물 건너 갔다" 며 차갑게 대했다.

朴장관은 池씨의 손을 잡으며 "다른 행사가 있어 나가야 한다" 면서 자리를 떴다. 池씨는 "그 순간 '이미 날 샜구나' 하는 느낌이 스쳤다" 고 증언했다.

한편 權노갑 총동창회장(민주당 최고위원)문제와 관련, 池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동문회 임원진 4명이 權회장을 만나 李씨의 선처를 부탁한 바 있다" 고 말했다.

池씨는 또 "지난해 8월 權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李씨의 부인이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부인이 權씨와 두번 접촉했다" 면서 "權위원은 막상 李씨와는 지난 5월 공개석상인 16대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연에서 잠깐 인사만 나눈 것이 전부" 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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