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랩으로 풀어보는 한글의 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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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월에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지도 14년째다. 한글날 기념식 중계도 TV에서 스르르 사라졌다.

우리 얼을 담아내는 우리 글을 이렇게 소홀히 해서야 되겠냐는 지적 속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하자는 법안이 올 7월 국회에 제출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3부작 '위대한 여정 한국어'(연출 서재석, 9.10.17일 KBS1 오후 8시사진)는 우리말을, '한글, 소리를 보이다'(연출 최재혁, MBC 9일 오전 11시5분)는 우리글을 언어 실험, 판소리와 랩, 재연 드라마, 뮤직비디오까지 동원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조명한다.

◆ 일본어는 고구려말이다?='위대한…'은 한국어를 당연히 '알타이어족'이라고 단정짓지 않고, 유라시아대륙 25개국의 일반인을 모아놓고 '어족'을 묶어보는 실험을 했다. 또 고대 한국어가 일본어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인류학.비교 언어학적으로 펼친다.

흥미롭게도 고구려의 숫자 세는 방법은 지금의 우리말보다 오히려 일본어와 비슷하다. 고구려어의 '3'은 '믿', 현대 한국어로는 '셋'이지만, 현대 일본어는 '미츠'다. '7'을 뜻하는 고구려어는 '난은', 한국어는 '일곱', 일본어는 '나나'다.

이처럼 고대어가 현대어에 남아있기도 하지만, 말은 불과 100여 년 만에 쉽게 변하기도 한다. '집에서 왔다'를 '집으로조차 왔다'고 써놓은 130년 전의 한국어 회화책 '조선어초보'에는 KBS 아나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우러질'(천둥) '우유가 잘레간난 못잘레간난'(우유가 충분한가 부족한가)은 외국어나 다름없다.

◆ 캐나다 인디언의 세종대왕='한글…'은 소리글자의 우수성에 초점을 맞췄다. 재미교포 힙합 듀오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가 등장해 한글 창제와 세종대왕에 대해 랩을 들려준다. "자음과 모음이 과학적으로 조합된 한글은 랩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 또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사용하는 캐나다 6개 부족 인디언을 찾아간다. 언어학자 국응도 박사가 그들의 '세종대왕'이 되어 그들의 말에 맞는 문자를 만들어 준 것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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