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세계' 펴낸 제주대 고정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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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준 것이 퇴근후 한잔이었다. 신바람 문화.시너지 효과는 우리의 음주문화가 가져다 준 결과일 수도 있다. "

대학교수가 술의 모든 것을 담은 지침서를 펴냈다.

'술의 세계' (광일문화사刊)의 저자인 제주대 원예생명과학부 고정삼(高正三.식품공학.사진)교수. 그는 이 책에 술의 역사와 세계 각국 술의 특성, 음주문화, 술에 얽힌 상식등을 담았다.

그가 '주학(酒學)' (?)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대학원 석사과정시절이던 1975년. 지도교수가 외부기업으로부터 받아온 프로젝트가 '와인.브랜디의 국산화 방안' 이었다.

밤 새워 실험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상품화가 이뤄지지 않은게 지금도 아쉽다. 그는 90년부터 제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같은 연구를 거듭했다.

감귤주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제주의 전통민속주인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의 증류 기법을 데이터화, 도내 한 기업에서 실용화됐다.

그는 일제.해방후 권력층의 불합리한 규제와 제약으로 전통술이 자취를 감췄던 지난날의 역사를 지금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행히 90년대들어 전통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은 술)가 복원되는 추세라 그나마 다행. 일반인은 물론 대학생의 음주문화에 대한 진단도 곁들였다.

"풍류와 시가 있었던 선인의 술과 60.70년대 저항의 수단이었던 술이 지금은 폭탄주와 신입생환영회의 사발주등으로 예의와 도를 망각하고 있다. "

高교수는 "제대로 술을 배우면 복(福)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왕따가 되기 십상" 이라며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술문화가 채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주량은 2홉 소주 한 병.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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