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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욘사마’ 이서진 바람에 일본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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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에서 탤런트 이서진(37·사진)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유력한 재단이 ‘이서진 기금’을 설립하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여사는 이씨에게 생일 선물을 했다. 아오모리(靑森)현에서는 그를 1일 지사로 위촉됐다. 일본이 1970~80년대 서양 연예인들에 열광했을 때도 이런 대접을 해준 적이 없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재단과 이씨는 14일 도쿄에서 환경기금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했다. 정조 역을 맡은 드라마 ‘이산’이 NHK에 방영되면서 일본에서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진 것이 계기였다. 이씨가 환경 캠페인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자 일본재단이 이씨에게 기금 설립을 제안한 것이다. 일본재단은 애초 기금의 명칭을 ‘이서진 기금’으로 붙이려 했으나 이씨가 다른 유명인의 참여를 가로막을 수 있다며 사양했다. 그래서 공식 명칭은 ‘렛츠트리(Let’s Tree)로 결정됐다. 기금은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이 매출액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씨는 8일 일본을 방문해 하토야마 부부와 함께 시내 호텔에서 밥을 먹었다. 이씨가 자신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백김치를 선물하자, 미유키 여사는 “이렇게 대단한 음식을 어떻게 만드느냐”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하토야마 총리에게 “이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러 한국에 가야겠다. 가도 되느냐”고 즉석에서 요청했고, 하토야마 총리는 “물론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유키 여사가 “도대체 백김치는 어떻게 개발됐고, 언제 먹는 거냐”고 묻자, 이씨는 “우리 조상이 정초에 드셨던 고급김치”라고 설명했다. 미유키 여사는 “이렇게 정갈하고 맛있는 김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화답했다.

미유키 여사는 이달 30일 이씨의 생일에 맞춰 미리 준비해온 점퍼를 선물했다. 지난해 11월 27일 김치를 선물했을 때 답례품으로 받은 머플러에 이어 두번 째 선물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나 만나는 등 교류가 깊어지고 있다. 미유키는 “한류 연예인 중에서 이씨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주변에 털어놓고 있다. 더구나 이씨는 미국 뉴욕에서의 유학 경험(뉴욕대 경영학과) 때문에 영어가 유창해 역시 미국 거주 경험이 있는 미유키 여사와 세세한 대화까지 가능하다. 미유키 여사는 이씨의 출연작이나 신체조건 등도 꼼꼼히 확인해 훤하게 꿰뚫고 있다.

이달 7일 아오모리현은 이씨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구 140만여 명의 아오모리현 초청으로 이씨가 현청을 방문하자 지역 언론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현청 여직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의 얼굴을 찍으면서 “멋져, 멋져”를 연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씨는 미무라 신고(三村申吾)지사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초 아오모리를 다시 방문해 1일 지사를 맡기로 했다. 이씨는 지사를 맡아 이곳의 설원에서 스키를 탈 예정이다. 아오모리현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아키다(秋田)·이와테(巖手) 등 눈이 많이 오는 주변 지역으로 전해지면서 동북지역 6개 현이 줄이어 이씨에게 명예지사를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이산’은 일요일 황금시간대인 저녁 9시에 NHK 위성방송(BS)2에서 방영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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