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온산공단 지하 '재해 무방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공장이 들어선 울산.온산공단의 지하가 재해위험을 안고 있다.

원유.가스.화학제품 원료 수송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도 이들 지하관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는 것이다.

울산항을 통해 들어온 원유로 연료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공단의 계열공장 1백여 곳에 들어가는 관은 모두 2백20여개. 이들 수송관이 터지거나 새면 환경오염은 물론 화재.폭발 등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울산 석유화학공단.온산공단 일대 1천9백여만 평에 묻혀있는 원유.고압가스.위험물 관은 모두 7백38㎞로 서울~울산 고속도로 왕복거리와 비슷하다.

이 중에는 벤젠.프로필렌.클로라이드 계통의 석유화학 원자재 40여 종을 보내는 위험물 수송관도 2백90여㎞나 된다. 이 위험물은 1백2개의 관을 통해 석유화학 계열 공장 30여 곳에 공급된다.

수송관 30여 개는 묻힌 지 20~30년이 됐으며 16개관 13㎞는 묻힌 통로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관의 부식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전기방식테스트 장치를 달지 않은 관도 1백90㎞(23개)로 65%나 된다.

수소.프로필렌.암모니아 등 고압가스관 4백48㎞도 대부분 도로 가장자리에 묻혀 있으면서 공사 때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1960년대 말 한국비료.대한석유공사 등이 들어서면서 형성된 울산공단은 70년대 석유화학단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리가 용이한 공동구가 설치되지 않은 채 공장이 들어설 때마다 지하 매설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지하관로의 정확한 상태와 위치 등이 종합적으로 파악.관리되지 않아 우발적 사고에 사실상 무방비상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남구 매암동 현대정공 앞 도로 지하에서 다량의 벙커 C유가 유출됐으나 지하관로를 찾지 못해 며칠동안 보수를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험물 수송관은 땅속 1.5m 깊이에 관 주위에 모래를 다진 후 묻도록 돼 있으나 감독기관이 없어 안전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지하 배관에 대해 울산시.한국산업공단은 서로 관리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

시는 "국가공단인 울산.온산공단은 정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는 입장이고 산업공단은 "위험물 지하배관을 관리할 권한.책임이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