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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서울 양재동 소호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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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쇠고기는 구이도 좋지만 삶아서 익힌 수육 맛도 그만이다.

특히 직접 구워야 하는 수고(?)도 없을 뿐더러 식탁에 올려지자마자 곧바로 입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속함도 큰 매력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구룡사 근처에 위치한 '소호정' (02-579-5781)의 수육은 접시에 두 줄로 가지런히 썰어 나온다.

한 입에 먹기 딱 알맞은 크기로 한 줄은 기름이 없는 양지, 다른 한 줄은 기름이 넉넉한 차돌박이 부위다.

양지고기는 쫄깃한 맛이, 양지부위는 고소한 맛이 특징. 두 부위 모두 쇠고기 고유의 누린 냄새도 없고 입안에서도 질기다거나 느끼하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특히 차돌박이 부위는 살코기 사이사이의 기름이 거부감 대신 한층 입맛을 돋운다.

안동산 황우만을 쓰는데다 15년 동안 쌓인 삶는 기술이 맛의 비결이라고 소호정 주인은 자신있게 말한다.

특히 이 집 수육은 깻잎에 싸서 먹는 것이 남다르다. 깻잎은 아이들 손바닥만한 크기의 것만을 골라 한잎 한잎 양념해 살짝 익힌 것. 겨자초 간장을 찍은 수육 한 점을 조림깻잎 한 장으로 싸서 입에 넣으면 소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깻잎조림은 하루 소화할 양만큼씩 매일 만들기 때문에 저녁 늦은 시간에는 종종 떨어진다고 한다.

사실 수육은 이 음식점의 구색상품. 원래 '국시' 란 이름으로 내는 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소의 살코기만으로 육수를 낸 경상도 안동지방의 반가(班家)음식이다.

국수의 면발도 다른 칼국수에 비해 얇고 가늘다. 그러나 부드러움이나 쫄깃함은 오히려 뛰어나다. 고명으로 풋고추와 파로 만든 양념장, 가늘게 뜯은 양지고기가 올려져 있다.

휘휘 저어 한 젓가락씩 집어 '후후' '후루룩' 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릇 바닥이 드러난다.

수육은 큰 접시와 작은 접시 두 종류가 있는데 값은 각각 2만원과 1만7천원. 비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은 적지만 먹고나면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칼국수는 한 그릇에 6천원.

작은 건물 1~3층에 80여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오전 11시30분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으며, 주차요원이 있어 주차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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