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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사일 잡는 미사일’시험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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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11일 미사일 요격 시스템 ‘훙치(紅旗) 9’를 이용해 순항 중인 목표물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전했다.[사진=중국검색포털 바이두]

중국이 순항 비행 중인 가상 목표물의 요격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11일 실시된 이번 시험은 궤도 비행 중인 위성의 도움을 받아 순항 중인 목표물을 대상으로 이뤄져 중국의 미사일 요격 기술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7년 1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지상 859㎞에 떠 있던 낡은 기상위성의 요격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중국은 이미 ‘훙치(紅旗)9’로 알려진 미사일 요격 시스템 관련 장비를 지난해 10월 1일 건국기념일 군사 퍼레이드 때 깜짝 공개했었다. 이번 시험은 미국이 대만에 미사일 요격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예고 없이 이뤄졌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러시아 등 극소수다.

미국은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패트리엇-3(PAC-3) 요격 시스템을, 러시아는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중국도 미사일 요격 군사 기술 분야의 강국으로 부상하게 됐다.

중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양청쥔(楊承軍)은 “중국은 미사일 요격 기술에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어 중국은 국토 방위를 위한 새로운 수단과 향상된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이번 시험은 중국의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군지휘학원 왕밍즈(王明志) 대교(대령)는 “미국의 패트리엇-3 시스템에 비해 중국 시스템의 요격 고도가 훨씬 높고 능력도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군사 기밀로 분류될 만한 요격 시험을 즉각 공개한 배경도 주목된다. 중국은 시험이 이뤄진 11일 밤 신화통신을 통해 시험 성공 소식을 즉각 전 세계에 타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시험은 방어 목적이며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시험이 미국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6일 대만에 패트리엇 미사일 등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중국의 이번 시험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만이 미국산 패트리엇-3을 통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갖추고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 미국의 미사일 판매 조치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황쉐핑(黃雪平)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무기 판매는 양국의 군사적 신뢰를 심하게 훼손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추가로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실력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도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최근 네 차례나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대만 관계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 대만의 자기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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