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치정보 서비스 "사생활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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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부 朱모(34)씨는 올 들어 남편(38)이 외모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등 행동이 수상해졌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던 차에 지난 6월 말 생활정보지에 실린 A심부름센터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심부름센터측은 "1백만원을 입금시키고 남편의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면 행적을 추적해 주겠다" 고 말했다. 朱씨는 이후 며칠 동안 남편의 시간대별 행적.이동경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심부름센터는 최근 SK텔레콤이 제공하는 휴대폰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해 朱씨의 남편을 미행했다.

A센터는 SK텔레콤에 남편의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로 회원 가입을 한 뒤 위치정보 서비스의 '가까운 ○○○ 업소 찾기' 로 들어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휴대폰 사용자가 있는 곳의 주변 지도가 모니터에 뜨게 된다. A센터는 이를 통해 朱씨남편의 대략적 위치를 알아낸 뒤 부근을 탐색해 번호를 알고 있던 그의 차를 찾아내 뒤를 쫓았다.

원래 이 서비스는 휴대폰 가입자들이 ▶친구.가족 찾기▶잃어버린 휴대폰 찾기▶교통정보 확인▶가까운 주유소.주차장 찾기▶택배회사의 배달상황 확인 등에 이용하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사생활을 추적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3일 이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고 휴대폰 가입자 50여명의 행적을 알아낸 혐의로 무허가 심부름센터 사장 金모(30)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피해를 막으려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 비밀번호를 철저히 관리해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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