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라카 에이즈 "인류 공동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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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으로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에이즈 재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출발에 앞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이즈 퇴치에 미국이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대대적 지원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세계은행 주도아래 에이즈신탁기금을 설립하며, 미국은 여기에 앞으로 2년 동안 3억달러를 기부한다.

현재 에이즈는 확산일로지만 아프리카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유엔에이즈합동계획(UNAIDS)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3천4백30만명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데 그 중 2천4백50만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성인 에이즈 감염률이 1% 미만인 데 비해 아프리카는 10%를 넘는 나라가 16개나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20%, 짐바브웨와 스와질란드 25%며, 가장 높은 보츠와나는 36%다. 아프리카에선 매일 6천30명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다.

에이즈는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의 명예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번 2006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투표에서 남아공은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치러져야 한다는 훌륭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독일에 밀려 대회 유치에 실패했다.

여기엔 남아공이 에이즈 요주의(要注意)국가란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기관 월드워치연구소는 2010년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수는 지금의 두배가 될 것이며, 일부 국가에선 성인 인구의 3분의1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이같은 대재앙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아프리카를 살리려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유럽에 제공한 마셜 플랜을 능가하는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에이즈 재앙이 장기적으로 식량생산 감소, 공중보건 및 교육제도 붕괴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탄자니아 농촌에선 남편이 에이즈환자라서 부인 혼자 농사를 짓다 보니 곡물 수확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 짐바브웨는 국가 보건예산의 절반이 에이즈 치료에 지출된다.

부룬디와 남아공 일부 병원들은 전체 병상(病床)의 60%를 에이즈 환자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질병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에이즈로 부모가 사망한 '에이즈 고아' 가 아프리카 전체에 1천2백만명 이상이다.

지난 7월 초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에이즈회의 폐막 연설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는 지금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대재앙을 겪고 있다. 에이즈는 아프리카가 이룩한 것들을 모두 쓸어가버릴 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마저 빼앗아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내전.기아 그리고 에이즈로 '죽어가는' 아프리카를 살리기 위해 인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우량 국제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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