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언제쯤 … ’조바심은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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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두울, 셋!” 볼에 홍조를 띤 아이들이 줄넘기에 여념이 없다. 빨강·노랑 등 색색의 줄이 허공을 가른다. 한쪽에선 게임이 한창이다. 서로서로 문제를 내고 답을 맞추며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땀 흘리며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공부보다 즐겁고, 간식만큼 달콤하다.


“피자 한 조각이면 방금 운동으로 소모시킨 열량이 고스란히 채워진다는 것, 알고 있니?”“정말요? 그럼 운동 한 게 너무 아깝잖아요.”“먹은 만큼 운동도 열심히 하면 되나요?”

여의도 어린이 전용스포츠센터 ‘와우스포츠 아카데미’(원장 유형삼)에는 식품 열량을 표시한 ‘칼로리 북’이 비치돼 있다. 이 책을 보면 몸에 이로운 음식인지, 혹은 조금 전의 운동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열량이 높은 음식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유 원장은 “영양이 적은 반면 열량은 높은 인스턴트 식품이 왜 해로운지 아이들 스스로 체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운동과 칼로리의 상관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곳은 5~16세 아이들의 체형·체력·성향을 고려한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운동이라곤 하지만 재미 없고 힘든 체력 훈련과는 다르다. 그저 즐겁게 뛰어 노는 것이 원칙이다. 유 원장은 “성장기 아이들에겐 어른과 다른 운동법이 필요하다”며 “살을 빼는 것보다 과체중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은 충분히 공급해주면서 체중관리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키가 클 때는 체중이 증가하는데 이때 성인처럼 살을 빼겠다고 다이어트를 하면 성장 장애가 올 수 있다.

아이들은 집중력에서도 어른과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운동을 오랜 시간 여러 번 반복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다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전문 강사가 함께 하면서 체력이나 컨디션에 맞춰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러닝머신에서도 5분 간격으로 경사도와 스피드를 조절해줘야 한다. 거울을 앞에 두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게 하거나 퀴즈놀이를 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즐기는 운동의 또 다른 비법은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법’에 있다. 이곳 강사들은 “어떻게 하면 공을 높이 찰 수 있을까?” “철봉에 오래 매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등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다. 비법을 알려주기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체력은 물론이고 자연스레 창의력·리더십·사회성 등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운동법이다.

유 원장은 “5학년 미만의 아이들이라면 무조건 뛰어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점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집에서 보고 배우는 부모의 생활습관도 아이의 운동 습관에 영향을 준다. 또한 ‘운동 효과’에 조바심 내지 말고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 원장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운동을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즐겁게 땀 흘리는 것만으로 효과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아이들을 위한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유효원(8ㆍ여의도초등학교), 최유진(7) 어린이(앞부터). 수업은 유산소운동ㆍ영역별 본 운동ㆍ게임ㆍ스트레칭 순으로 90분간 이뤄진다.

▶문의= 02-786-0955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 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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