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때늦은 ‘니그로’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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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오른쪽)가 2006년 1월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9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때아닌 ‘니그로’ 소동이 일었다. 상원의 해리 리드(네바다주) 민주당 원내대표가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당시 후보를 묘사하며 니그로란 단어를 사용한 게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드 대표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특히 오바마는 밝은 색 피부(light skinned)에 니그로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니그로는 노예를 떠올리는 흑인 비하 표현으로 미국 사회에선 금기시되는 단어다. 이런 사실은 다음 주 출판되는 『게임 체인지(Game Change)』를 광고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리드 대표가 당시 사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인 데다 당내 경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가 인종차별적인 ‘니그로’란 단어를 사용하고 피부색까지 거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성난 흑인 민심을 파고들며 리드의 ‘실언’을 호재로 삼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젊고 잘생기고 제대로 선탠한 남자”라고 말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발언을 거듭 인용하며 리드 대표를 공격했다. 리드 원내대표는 즉각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했다. 오바마는 즉각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가 사회정의 이슈에 대해 보여 온 리더십과 생각을 나는 잘 알고 있다”고 그를 감쌌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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