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부사장 짐 팔리 “이젠 달라졌다, 정신 차렸다 결국 품질…소비자 반응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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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서 모든 자동차 업체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현대·기아자동차만 용기 있게 움직였다.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 등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판매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전략을 총괄하는 짐 팔리(47·사진) 부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시의 포드 본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내놔 판매를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8.9% 증가한 73만5127대를 팔았다. 업계 최고의 증가율. 미국 시장점유율도 전년 대비 1.9%포인트 늘어난 7%로 역대 최고치다. 반면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167만7234대를 팔아 16% 감소했다. GM·도요타에 이어 3위로 그나마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 중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팔리 부사장은 “지난해 모든 업체가 마케팅 비용을 줄인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현대·기아차의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의 효과가 떨어지며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을 보강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포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대·기아차의 두 배를 넘어 새로운 마케팅만으로는 판매를 늘리기 어렵다”며 “품질이 떨어진 것이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젠 달라졌다(체인지), 정신 차렸다(리디스커버스리)’라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해 ‘원(하나의) 포드’ 전략 아래 그동안 인수한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매각하고 포드에만 집중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9억97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미국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흑자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18만4655대를 팔았다. 특히 지난해 9월 출시된 토러스가 잘 팔리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와 경쟁하는 이 차는 월 7000대 이상 팔리면서 대형차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팔리 부사장은 1990년 미국 도요타에 입사해 줄곧 마케팅을 담당하며 2005년 렉서스 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2007년 11월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이 그를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포드에 영입했다.

디어본(디트로이트)〓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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