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보행자 거리 계획 "교통체증만 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시가 광화문 앞에서 세종로 네거리를 잇는 세종로를 보행자가 우선하는 거리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교통체증 등을 우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계획안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정부 중앙청사 앞 세종로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좌우 2개 차로씩 4개 차로를 폐지하고 이 자리에 녹지공원을 조성한다.

또 내년말까지 광화문 앞 보도폭을 현재의 5m에서 18m로 크게 넓히고 정부 중앙청사 앞 등에 횡단보도 두 곳을 설치한다.

이에 대해 출퇴근 때 지금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는 세종로와 종로.시청.서소문 일대가 줄어든 4차로 때문에 더욱 체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교통전문가들은 "광화문 앞에서 유턴하고, 사직로로 좌회전하고, 율곡로에서 직진 또는 좌회전하려는 차량들의 홍수를 4차로나 축소된 세종로 도로가 소화해 낼지 의문" 이라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세종로에 녹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공해가 만만치 않은데 사진을 찍거나 산책을 하기 위해 이곳에 몰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높다.

김춘식(金春植.21.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씨는 "공원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공원 바로 옆으로 지나는 차량 때문에 생기는 소음과 공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놀러갈 생각은 없다" 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문제될 것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에서 체증이 심한 구간 중 하나인 종로의 경우 가장 체증이 심한 시간대의 시간당 한 차로의 통행량은 8백40여대. 세종로는 4차로가 줄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6백40여대를 소화하면 돼 교통 흐름에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율곡로 옆의 열린마당과 사직로 옆의 정부 중앙청사 쪽 도로를 넓히면 교통흐름이 원활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차로 폐지 등에 따른 문제점은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뒤 폐지 여부를 2002년 이후 최종 결정할 것" 이라고 밝혔다.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