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국민의 정부] DJ 집권2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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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5일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된다.5년 임기의 절반이 끝나 새롭게 출발하는 날이다.집권 2기의 출발점에는 1기의 빛과 그림자가 섞여있다.

빛은 IMF 외환위기의 극복이다.'좌절과 위기에 빠진' (취임사)국정을 넘겨받은 金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단기간 내 외환위기에서 우리 경제를 벗어나게 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 '제2건국' → '생산적 복지' 로 이어지는 통치철학은 우리 정치의 지평을 넓히면서 DJ정권의 기반을 강화시켰다.

햇볕정책의 과감하고 끈질긴 실험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냈다.북한 김정일(金正日)위원장과의 대좌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京義線)철도 복원을 끌어냈다.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적절히 조율해 우리 외교의 독자적인 공간을 확대했다.金대통령은 올 8.15경축사에서 '한반도 중심시대' 를 선언하면서 화려하게 집권 1기를 마감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남겼다.金대통령 스스로 인정하듯 개혁 피로증후군, 집단이기주의, 도덕적 해이, 정치불안정이 그것이다.

4대 개혁(금융.기업.공공.노사)에서 특히 정부 스스로 개혁의지를 보여줘야 할 공공부문쪽이 엉성했다.세밀한 준비 없이 밀어붙인 의약분업은 의료계 파업으로 헝클어져 버렸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국민 화합은 아직 시원치 않다.여소야대를 극복하지 못했고, DJP공조는 정치적 안정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외치(外治)의 화려함과 비교할 때 내정(內政)쪽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金대통령은 2기의 최대 과제를▶4대 개혁의 마무리▶남북화해.협력의 도약적 발전▶인권과 민주국가 완성▶정치안정으로 규정했다.

특히 "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문제" 라면서 내년 2월을 개혁 마무리 시한으로 못박았다. 그리고 여권 내부로선 정권 재창출의 과제가 놓여 있다.

내치에서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1기에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데 역점을 둘 것"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여기에 지식정보화라는 장기적 비전을 실천하면서 국정의

방향을 잡아나간다는 전략이다.金대통령은 '개혁과 지식정보화 사회 진입' 그리고 '통일기반 확보와 4강외교의 안정' 이라는 양대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새롭게 다듬었다.

8.7개각 이후 내각의 팀제 운영이다.남북관계를 친정(親政)영역에 넣고 다른 국정은 가능한 한 내각에 맡긴다는 구상이다.이는 '대통령 혼자일한다' 는 여론 일각의 비판에서 벗어나고, 국정관리의 효율과 집중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런 목표에는 장애물이 있다.여소야대 상황에서 오는 부담은 9월 정기국회 때 실감나게 느낄 것이다.집권 후반에는 청와대의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金대통령은 차기 대선문제를 2001년 말쯤에 다룰 작정이다.그러나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이 그런 정치 일정을 받아들일지 불확실하다.

청와대측은 이런 걸림돌을 정책의 일관성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DJ 리더십' 으로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이와 함께 남북관계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판단한다.

여권 관계자는 "남북관계의 폭발력이 너무 커 차기 대선까지 정국이 그런 물결 속에서 흘러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요직에 돌파력 있는 인사를 포진해 정책 추진력을 유지할 계획이다.청와대 한 참모는 24일 "강.온의 정책수단을 적절히 배합해 후반기 국정과제를 완수할 것" 이라면서 "金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는 김영삼'(金泳三)' 정권이나 노태우'(盧泰愚)'정권 때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다를 것" 이라고 자신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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