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비워도 흔적이 … 결별도 힘든 온라인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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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에는 남녀가 헤어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헤어진 상대의 언행을 낱낱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8일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트위터 등 온라인 인맥 사이트로 인해 과거 이성친구의 유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캐슈미어 힐은 최근 남자 친구의 e-메일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있지도 않은 일을 결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이 공동 관리하던 계좌가 바닥난 걸 확인하고 계좌를 폐쇄했다. 이들은 한창 사귈 때 더 친해질 생각으로 서로의 e-메일 계정을 알려주고 은행 계좌를 공동 관리하며, 인터넷에서 사진을 공유했다. 헤어진 뒤에도 온라인 공유가 이어졌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한때 연인 관계가 끝나면 함께 찍은 사진을 찢어버리는 걸로 정리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도처에 함께 찍은 사진·비디오와 추억담이 널려 있다. 이들 자료는 다른 사람에게 손쉽게 전송되고 공유돼 연인 관계가 끝난 뒤에도 없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부부나 연인들이 결별한 뒤에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으면 비밀번호를 바꾸고, 온라인 인맥 사이트에 새 자료를 올리지 말며, 새로운 e-메일 계정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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