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코끼리 '새장가 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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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직원들은 요즘 '태산이 장가보내기' 로 걱정이 태산이다.

태산이(사진)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26년째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코끼리. 1975년 생후 1년도 채 안돼 고향인 태국을 떠나온 태산이는 지금은 몸무게가 5.5t에 이르는 거구가 됐다.

공원 직원들의 고민은 96년 1월 태산이의 '조강지처' 태순이가 아들 코코를 낳은 지 6개월 만에 급성 맹장경련으로 죽으면서 시작됐다.

홀아비 신세 4년여. 태산이는 기나긴 외로움에 지친 탓인지 사육사에게 코로 진흙덩이를 뿌려대는 등 얼마 전부터 거친 행동을 보였다. 직원들은 "과격한 행동을 고치려면 새 장가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고 결론지었다.하지만 태산이의 재혼은 곧 벽에 부닥쳤다.

우선 국내 동물원에는 짝 없는 암컷이 없었다. 일본에 알아봤지만 한마리 가격이 1억원이 넘고 운송비.보험료 등까지 합치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어 빠듯한 재정 상태로는 엄두도 못낸다.

전진환(田振煥)동물과장은 "하루빨리 태산이의 정서를 안정시켜 예전처럼 관람객에게 재롱을 보여줘야 할텐데 걱정" 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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