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클리닉] 1. 자위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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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거리마다 음란 포스터가 넘쳐난다. 집안 곳곳에도 성인용 비디오.인터넷 성인 사이트 등 성적 흉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가 동화책이나 위인전만 읽는 순진한 아이로 착각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그릇된 성 정보를 또래끼리 교환하고 있다. 감춰진 아이들의 성(性). 본지는 전문가인 오동재.조규선.하태준 박사의 기고를 통해 아이들의 성에 대한 바른 지식을 제공한다.

자위행위는 오나니즘(Onanism)이라고도 한다.구약성서 창세기를 보면 '오난' 이란 사람이 죽은 형의 아내와 결합하도록 요구받자 그의 자손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액을 땅바닥에 사정했다고 한다.오난은 이 때문에 여호와의 노여움을 사게 됐고 기독교에서는 자위행위를 죄악시해 왔다.이런 뿌리깊은 부정적인 인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초등학교 5학년 A양(12)은 얼마 전 친구에게 배워 가끔 자위행위를 즐긴다.그런데 얼마 전 방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무심코 들어온 오빠에게 그만 들키고 말았다.그 후로는 오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너무 괴로워한다.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우리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관한 한 조사에서 청소년기 고민 중의 하나가 자위행위이며, 자위행위 후 상당수가 후회하거나 죄의식을 느낀다고 응답했다.A양의 경우 여자이기 때문에 그 수치심은 더욱더 클 것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자위행위는 '성적 발달을 위한 필수과정' 이다.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자 건강한 성적인 표현이다.건전하게 성욕을 푸는 수단으로서의 자위행위는 지나치지만 않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자위행위와 같은 자기 자극 행위는 인간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성행동 조사에서 남학생의 54.4%, 여학생의 9.4%가 자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유아도 자기의 몸과 성기를 만지면서 성적인 기쁨을 맛본다.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성적 욕구의 발산을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기성사회의 시선이다.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기 때 겪은 자위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죄의식이 여성과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이해해 아이들이 건강한 성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 자위행위를 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모른 체 하거나 격려해 주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청소년들의 경우도 자위행위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자위를 많이 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 '머리가 나빠진다' '성기가 작아진다, 혹은 커진다' 와 같은 속설 등이다.이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자위행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몸과 마음에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여학생의 경우 자위를 할 때 이물질을 삽입해 염증이 생기는 수도 종종 있다.청결에 항상 신경을 쓰고, 뒷마무리를 깨끗이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조규선 박사 (선릉 탑 비뇨기과 원장)

***필자 소개

▶조규선(趙圭)

- 비뇨기과 전문의

- 서울대 의대 졸업.박사

- 선릉탑비뇨기과 원장.사랑의 전화 청소년 성 상담위원

▶하태준(河泰準)

- 남성과학회 및 대한비뇨기과 학회 이사

- 서울대 의대 졸업.박사

-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인제대 의대 외래교수

▶오동재(吳東財)

- 정신과 전문의

- 경희대 의대 졸업.박사

- 경희대.인제대 외래교수.오동재 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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