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누출 막으려 죽음 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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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스크바=연합] 지난 12일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승무원들이 바다에 핵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단축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영국 전문가들을 인용,22일 보도했다.이 잠수함 승무원 1백18명은 모두 사망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사고원인을 연구해 온 영국 전문가들은 쿠르스크호 승무원들이 잠수함내 원자로가 폭발등으로 파괴될 경우를 의식해 구조될 가능성을 포기하고 스스로 원자로 가동을 중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군사전문 출판사인 제인사가 발간하는 한 해양잡지의 리차드 샤프 편집장은 “승무원들이 원자로 가동을 중지시키지 않았다면 구조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었겠지만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고,이후

산소 부족등으로 그들이 생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3시간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러시아 승무원들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들의 목숨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군사전문가들은 이 잠수함 원자로에는 사고가 났을 경우 자동으로 원자로를 폐쇄하는 장치가 달려있어 사고 직후 원자로 가동이 스스로 중단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일리야 클레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는 “사고 이틀만인 14일에 이미 승무원들이 모두 숨진 것으로 파악했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각지에서는 유족에 대한 성금이 잇따르고 있다.상트 페테르부르그 시민들과 해군 전우회는 성금을 모으고 있으며,아나톨리 코르누코프 공군 사령관은 22일 공군 명의로 유가족들에게 40만루블(약1천6백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또 여론의 질책을 의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족에 대한 지원금을 당초 책정금액의 세배인 유족당 1백50만루블(약6천만원)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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