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전당대회] 경제치적 앞세워 "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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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제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공화당에 10% 가까이 눌려 있는 민주당엔 이런 말이 캐치프레이즈인 것 같다.

경제 호황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렀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16일 저녁(현지시간) 대회장인 스테이플스 센터. 그동안 주로 정치인들이 점령하던 연단에 전직 장관이 섰다. 6년반 동안 재무장관으로 미국 경제를 설계했던 로버트 루빈이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강렬했다.

경제회생 노력의 중심에 앨 고어 부통령이 있었으며 현재의 성과로 볼 때 번영을 지속하려면 그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

루빈은 "8년 전 정부는 거대한 적자에 시달렸고 이자율과 실업률은 높았으며 미국인의 자신감은 약했다.

클린턴과 고어는 그 모든 것을 바꾸려는 광범위한 경제정책 법안을 만들었는데 상원에서 찬반 동수로 막혔다.

그때 캐스팅 보트를 던진 사람은 (상원의장을 겸하는)부통령 고어였다" 고 상기시켰다.

그는 "나는 고어와 6년반을 일했는데 그는 모든 중요한 결정의 중심에 있었다" 며 고어의 역할을 역설했다.

경제정책의 주역인 루빈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연사가 클린턴-고어 팀이 이뤄낸 번영의 업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회장은 연사들이 애용한 7년반 성과의 리스트로 가득찼다.

2천2백만개 일자리, 역사상 가장 긴 호황, 30년래 가장 낮은 실업률, 역사상 최저인 히스패닉.흑인 실업률, 5천달러나 오른 일반 가정의 연간수입, 40%나 늘어난 주식보유 가정, 1835년 이래 처음으로 빚없는 나라가 될 전망….

르윈스키 스캔들로 당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 업적이 없다면 아마 당원들 앞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대회 첫날 연설에서 도대체 스캔들이란 단어가 뭐냐는 듯 경제 치적을 자찬하는 데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8년 전엔 실업자가 1천만명이었고 재정적자는 2천9백억달러였다. 공화당 집권 12년 동안 국채는 4배가 됐다. 1992년 한 소녀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후 저녁식사를 하다가 쓰러졌다고 나에게 울먹였다. 나는 미국인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출마했다" 고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던졌던 일침(一針)의 유머를 인용하는 여유를 부렸다.

"(부유한) 공화당원처럼 살고 싶으면 민주당에 투표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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