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이창호-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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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徐9단 초반 실리 좇다 크게 고전

총보 (1~155)〓徐9단이 1승을 거둬 1대1이 됐다. 얼마만에 거둔 승리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徐9단은 말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칼날이 녹슬 나이가 됐는데 오히려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집중력의 소산' 이라고 말할 수 있다.

徐9단은 인간관계도, 사회적 관계도 모두 간단하다. 늘리지 않고 좁혀서 산다. 정신이 분산되지 않으니 이를 악물고 한판 바둑에 정열을 쏟아부을 수 있다.

이 판에서 徐9단은 초반에 너무 실리를 좇다가 엷어지는 바람에 크게 고전했다. 엷음을 두터움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李왕위가 하변에서 좀 느슨하게 움직이면서 徐9단에게 기회가 왔다.

徐9단은 101로 중앙을 건너붙여 고대하던 역습에 나섰고 李왕위가 정면 대응하지 못하고 102로 물러서자 103에 이어 두터움을 회복했다.

이 두터움을 바탕으로 107에 기습해 승리의 단서를 잡아낸 일련의 수순은 '야전사령관' 서봉수의 기백과 투혼이 그대로 아로새겨진 멋진 수순이었다. 그 수순만 옮긴 것이 바로 '참고도' 다.

李왕위의 세계는 몇겹으로 두텁게 싸여 있어 그 속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진가 싶으면 또 나온다.

이 판은 李왕위의 방심과 徐9단의 강렬한 기습으로 오랜만에 속이 뚫려버렸지만 앞으로는 어찌될까. 155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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