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정국 출범 9개월만에 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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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도네시아 민선 정부가 출범 9개월 만에 요동치고 있다.

압두라만 와히드(60)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내정 운영은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53)부통령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대외업무에 주력하겠다" 며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또 메가와티의 천거로 지난해 10월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킥 키안 기 경제조정장관이 이달말로 예정된 개각을 앞두고 1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내각관료 중 유일한 중국계인 그는 그동안 경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데다 지난 5월에는 "폭력사태.정치력 부재로 외국인의 투자유입이 지연되고 있다" 고 발언, 와히드를 우회적으로 비판해 구설에 올랐었다.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독재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메가와티가 국정을 맡더라도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9개월간 와히드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했지만 분명한 역할과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와히드의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권한 위임방법.시기 등이 없어 정치권의 하야공세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일 공산이 크고, 정부 각료 및 주요 국가공무원의 임명권은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연립내각 최대 축인 메가와티 부통령의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은 최근 야당과 함께 구체적인 탄핵요건.절차 등이 명시돼 있지 않은 현행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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