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까지 북·일 수교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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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지난달 말 첫 외무장관 회담을 연 데 이어 21일부터 도쿄(東京)에서 제10차 대사급 수교교섭을 벌인다.

양측 화해 무드는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멀게는 지난해 말 이뤄진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의 방북에서 비롯했다.

당시 단장을 맡았고 지난달 발족한 일조(日朝)국교촉진 국민협회 회장에 뽑힌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76)전 총리를 10일 도쿄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 한반도 정세변화 등으로 이번 북.일 수교교섭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데.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바뀌었고 북.일 모두 국교 정상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협상 내용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협상이 이미 아홉 차례나 열려 협의 내용이 좁혀지고 있는 만큼 원활히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

- 하지만 양측 간엔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과 일본의 과거청산문제 등 난제가 있지 않나.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과거청산이다. 둘째는 인도적인 문제로, 납치 문제와 대북 식량지원, 북송 일본인 여성 고향 방문이다. 셋째는 국제적인 문제로 북한 핵개발 의혹과 미사일 문제다. 이들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대화도 할 수 없다는 자세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 정부간 협상에선 과거 청산을 다루고, 인도적인 문제는 적십자사가 맡고, 국제적인 과제는 일본으로서 한계가 있는 만큼 동북아시아 모두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 각각의 테이블에서 포괄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 "

- 대사급 차원에서 이들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대사급이지만 분위기가 성숙돼 차관급.장관급으로 대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

- 언제쯤 북.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전후 55년간 이웃나라와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일.조 국교촉진 국민협회는 이르면 2001년, 늦어도 2002년 월드컵 개최 이전에 국교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 협회가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 분야는.

"역시 북.일간 풀뿌리 교류다. 국민적 차원에서 수교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회.심포지엄을 열 것이며, 정부에 제언도 해나갈 것이다. "

- 지난해 말 방북이 북.일 관계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협회 회장으로 다시 방북할 계획은.

"북한과 일본간 전체적인 상황을 봐가면서 인사를 겸해 올 가을께 방북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 일본 정부가 대북 추가 식량지원을 검토 중이라는데.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것이 당연시되지 않는 환경이 문제다. 이를 조금씩 해결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식량지원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반세기에 걸친 긴장과 불신을 뚫고 이뤄진 회담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이다. 남북이 자주적으로 화해와 공존의 방향으로 가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남북 관계와 병행해 북.일 관계도 진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

-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관련해선 일본의 건설적인 대응이 기대되는데.

"북한 개발은 큰 과제다. 한국만의 힘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있는 만큼 한.일 양국이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목받고 있는 주한미군 문제는 어떻게 보나.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화해.공존의 관계를 연 만큼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관점에서 주한.주일미군 주둔 문제도 수정돼야 한다. 다만 전체 미군이 곧바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 일본의 우파학자 단체가 이른바 자유사관 입장에서 기술한 교과서를 만들어 문부성에 검정 신청을 냈는데.

"역사의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관계에 대한 공동 이해.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 정계 은퇴를 선언한 계기는.

"70세 정년이 사민당 규약이다. 그래서 늘 적당한 시기에 그만둔다고 생각해왔는데 여러 사정이 있어 올해에야 했다. 갑자기 그만둔 것이 아니다. 정계 은퇴는 당연하다. "

도쿄=오영환 특파원

[무라야마는 누구]

▶1924년 오이타현 출생

▶44년 메이지대 전문부(야간부) 정경학부 졸업

▶72년 중의원 첫 당선(8선 역임)

▶93년 사회당(현 사민당)위원장

▶94~96년 총리

▶2000년 정계은퇴. 일.조 국교촉진 국민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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