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장관, 수감 의사협회장등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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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선정(崔善政)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은 아주 바쁜 이틀을 보냈다.

그는 8일 저녁 서울의 의협회관을 예고없이 방문해 대화 재개를 제의한 데 이어 9일 오후 1시20분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김재정 의협회장.한광수 의협회장 직무대행.최덕종 의쟁투위원장 대리 등 구속된 의료계 수뇌부 3명을 번갈아 만났다.

저녁에는 전공의와 전임의 대표들을 만나자고 제의했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의료계를 접촉했다.

의사협회 집행부가 재폐업을 선언하고 의대 교수들이 속속 외래진료를 거부키로 하는 등 최악 의료공백이 가시화한 9일. 의료계와 정부는 돌파구를 찾아 숨막히는 하루를 보냈다.

의료계는 곳곳에서 모임을 갖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정부는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의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여는 등 사태 해결에 골몰했다.

◇ 의료계〓오후 1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포문을 열었다.

10일 외래진료 거부라는 극약처방을 냈다. 의사협회의 재폐업 선언에 즉각 힘을 보탠 것이다.

경북대.연세대 원주의대.계명대 의대교수들도 속속 외래진료 거부를 결의했다.

같은 시각 서울 동부이촌동 의협회관. 전국 전공의 비상대책위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잘못된 의약분업 및 왜곡된 의료정책을 시인하고 의료인에게 사죄하라" 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들의 임의조제 등 감시단도 운영키로 했다.

이날 밤 의협은 상임이사회를 열어 관계장관 회의 결과에 대해 논의했고, 의권쟁취투쟁위는 성명서를 통해 "2년 내에 의보 수가(酬價)를 현실화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사후약방문 격에 불과하다" 고 비판했다.

◇ 정부〓구치소에서 의협 수뇌부를 만난 崔장관은 "의료질서를 확립하자는 데는 같은 생각이지만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면서 "행동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자" 고 제의했다.

金회장은 "원칙에 충실한 의약분업을 하고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희망을 달라" 고 주문했다.

崔장관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

의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는 곧바로 서울 서초동 약사회관으로 달려갔다.

오후 5시에는 이한동 총리가 나섰다. 예정에 없던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막후 움직임도 있었다.

이날 낮 의협의 모 간부는 예고없이 복지부를 찾아 의협의 요구를 전달하면서 정부의 의견을 들었다.

검찰은 전면 재폐업 결의를 주도한 의협 상임이사 15명과 의권쟁취투쟁위 간부 등을 사법처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폐업 참여도는 1차 폐업 때보다 떨어질 것" 이라며 협상 타결을 기대했다.

신성식.장정훈.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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