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사이트 융단폭격 '훌리건'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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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터넷에 사이버 훌리건(경기장 난동꾼) 비상이 걸렸다.

수백명이 몰려다니며 일시에 특정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글을 띄워 게시판 기능을 마비시키는가 하면, 동시 다발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비판.매도하는 메시지를 쏟아붓는다.

해킹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파괴하거나 사이트 접속이 안되게 만드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이 없어 피해가 늘고 있다.

◇ 피해 실태〓지난 몇달간 학교와 특정 교수들에 대한 훌리건들의 무차별 비방에 시달려온 동국대는 오는 20일부터 교내 8천여 컴퓨터에 신분증을 꽂아야 게시판 접속이 되도록 조치했다.

학교측은 "게시판을 무기명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 밝혔다.

연세대도 지난 6월말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했다.

'모 대학보다 성적이 낮은 학교' 라는 등의 비방글이 일시에 수백개씩 올라오는 훌리건 '폭격' 에 시달리다 내린 결정이다.

그외 한양대.홍익대 등 여러 대학들이 경쟁 학교 훌리건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훌리건의 공격 대상은 대학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정보 포털 사이트인 '중국마을' 은 중국 훌리건의 습격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친선축구경기 직후 '너희가 중국 해커의 위력을 아느냐' 는 글이 게시판에 뜬 이후 2백여건의 한국 비판 메시지가 몰렸다.

이들은 이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까지 침입해 게시판 글 1천여건을 지우는 등의 피해를 주었다.

의사.약사간 갈등이 고조되며 천리안.유니텔 등 PC통신 게시판들이 서로를 '약장사' '의(醫)사기꾼' 이라고 폄하하는 성토장이 된 것도 주요 사례다.

◇ 공격 양태〓여러 명이 작전을 짜서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조직 공격형' 은 대학 홈페이지가 주무대. 한 대학 관계자는 "30분 사이에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 수백개가 각기 다른 컴퓨터에서 날아든다" 고 말한다.

치밀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특정 집단이 집중적으로 글을 올리는 '동시 다발형' 도 빈발한다.

의.약사간 비방전이 대표적.

최근 각지의 경찰관들이 경찰 비판기사를 쓴 특정 언론사 홈페이지에 비난 글을 쏟아낸 것도 이 유형에 속한다.

'테러형' 은 가장 심각한 경우. 단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 사이트에 침투, 시스템을 파괴하고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다.

'중국마을' 피해 사례와 최근 약사통신 홈페이지를 해킹한 의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 문제점〓훌리건의 행위는 사이버 공간을 아노미(무규범)상태로 몰아넣는다.

얼마전 파출소장인 어머니의 외도를 고발한 딸의 글이 파문을 일으킨 직후 '그녀는 친딸이 아니다' 라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방송보도가 조작됐다' 는 환자의 글이 번지자 '그것은 의사의 자작글' 이라는 메시지가 급속히 뒤를 잇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 진실 파악이 아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용환.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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